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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5월 27일 수요일 오전 02시 01분 29초
제 목(Title): 첫 미팅


앞에서 미팅얘기를 읽고나니, 나의 첫미팅이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첫 미팅을 했습니다.

참 빨랐죠?

1학기 끝나는날 신설동에 있는 빵집에서 12명이 기다랗게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주위의 모든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쏟아지는게 느껴졌습니다.

어떤건 "젖비린내 나는것들이 놀구있네!"하는 것 같았고, 또 어떤건 "세상 말세야!"

하는것도 같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시선은 "우히~, 부러비~" 였습니다.

그 시선의 주인공은 마치 임꺽정님과 비슷한 용모를 가졌다고 생각되는군요. ^^

기대를 무지 많이하고 나갔었는데, 막상 여학생들과 마주앉고 보니 할말이 없더군요.

나만 그런게 아니고 모두 다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참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집이 어디세요?"라고 자기 앞에 앉은 친구에게 물어보면, 나머지

10명의 시선이 모두 거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받은 여학생은 집이 어딘지

도저히 기억이 안난다는 듯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하니까 2시간이 가더군요.

그러다가 할 건 다하고 지나가야된다는 생각에 파트너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1번 부터 6번까지 정해서 마음에 드는 번호를 써서 내고, 둘이 맞으면 

파트너가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완전히 사랑의 스튜디오 빵집편이었습니다.

투표가 끝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남학생들이 모두 한 여학생을 찍었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여학생이 종이에다가 "아무나 좋다" 이렇게 쓴거였습니다.

아무도 양보를 할 눈치를 안 보이자, 우리는 운명을 뽑기에 걸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번호가 적힌 종이들 중의 하나를 그 여학생이 뽑았습니다.

뽑힌 사람이 저였을까요?

믈론 아니였죠. 뽑힌 친구의 좋아하는 표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나머지 다섯은 그날 뭐 씹은 표정으로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뽑힌 그 친구를 위해 들러리를 서야만 했습니다.

애프터는 기본이라나요?

그날 전 제 파트너 여학생과  경복궁 경회루를 10바퀴쯤 뱅뱅 돌았습니다.

경회루 주변의 연못이 그렇게 넓은 줄은 그날 첨 알았습니다.

대학에 진학한뒤 얼마안가서 빵집에서 미팅하고 경복궁으로 애프터가는것이

얼마나 촌스런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전 대학시절에 거의 미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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