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UIU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ommy) <12.36.125.127> 날 짜 (Date): 2000년 10월 26일 목요일 오전 03시 56분 54초 제 목(Title): [Per On Girl] 한국의 학과장들 [美 최고의 공과대학 일군 한국의 학과장들] 《미국의 힘은 대학에서 나온다.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잃지 않는 숨은 비결은 ‘학과장의 책임 경영’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대학의 학과는 ‘주식회사’ 학과장은 ‘사장’이나 다름없다. 한국 출신의 미국 이공계 명문대 학과장 2명을 만나 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최고 학과의 명성을 고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들었다.》 ▼MIT 기계공학과 서남표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는 올해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대학 평가에서 미국 내 전체 기계공학과 중 1위 차지했다. ‘부동의 1위’ 명성 뒤에는 원로교수들의 집단 반발에 맞서 필사적으로 싸워온 학과장 서남표(64) 교수의 노력이 숨어 있다. 서 교수가 91년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맡아 처음 시작한 일은 유명 교수들이 학과를 좌지우지 못하게 한 것. 당시 이들은 학과의 여러 위원회에 중복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제자를 교수로 승진시키는 등 자신과 주변사람들 중심으로 학과를 끌고 나가고 있었다. “세상은 급변하는 데 유명한 몇몇 원로 교수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대학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본 그는 유명 교수들의 위원회 중복 참여를 봉쇄해 버렸다. 또 MI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졸업생의 교수 채용도 사실상 금지시켰다. 더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된 고참 교수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학과장 취임 6개월만에 교수들이 불신임 투표까지 하게 된 것. 투표 결과는 50:50. 간신히 학과장 자리를 지킨 그는 그 뒤 자기 뜻대로 학과를 개혁해 경쟁자인 스탠포드대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어 그는 96년부터 낙후한 기계공학을 첨단의 정보통신, 생물학, 나노테크놀로지와 접목시켜 미래 지향적인 학과로 바꾸는 일을 해오고 있다. 서 교수는 기계공학이 아닌 이들 첨단 분야의 교수를 20명이나 채용했다. 요즘 MIT 기계공학과는 컴퓨터공학과인지 생명공학과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연구실 풍경이 바뀐 상태다. 서 교수는 “몇년 뒤에 학생이 졸업한 뒤 무엇을 할 지 미리 내다보고 학과장을 중심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 일관되게 학과를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한국의 대학에서는 총장이 선거에서 당선돼야 하니까 인기 위주로 할 수밖에 없고, 학과장들도 뜻대로 하지 못하고 교수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며 ”폐단이 더 많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학과장에게 확실한 책임과 권한을 줘 대학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의 대학들은 경쟁에서 영영 뒤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강성모 전기공학과장▼ 일리노이대 전기공학과장인 강성모 교수(55)는 요즘 미국 대학들 간에 벌어지는 치열한 ‘헤드 헌팅’ 경쟁 속에서 올해 10명의 교수를 스카웃하고, 7명을 다른 대학에 빼앗겼다. 강 교수는 “집적회로, 컴퓨터, 이동통신, 생명공학 등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야의 잘 나가는 교수를 데려오는 일은 경매나 프로야구 선수 스카웃과 같다”고 실토한다. 미국 중부 시카고 근교에 있는 일리노이대(어배나 샴페인)는 올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대학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한 명문학과다. 집적회로를 발명해 올해 노벨상을 탄 잭 킬비가 여기 출신이고, 트랜지스터 등을 발명해 노벨상을 두 번 탄 존 바딘 교수도 얼마 전 타계하기 전까지 이 학과의 교수였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와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많은 봉급과 좋은 날씨를 미끼로 중부의 명문 일리노이대 교수들을 유혹하는 통에 강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학과장을 하면서 마음을 놓은 적이 없다. 유능한 교수를 붙잡아 놓기 위해 석좌 교수의 숫자를 2명에서 16명으로 늘렸고,실적이 부진한 교수의 연구실을 빼앗아 유능한 교수에게 넘겨주었다. 석좌교수에게 매년 1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주려면 한 사람 당 3백만 달러의 기금이 필요하다. 이것도 역시 학과장인 강 교수가 기업을 뛰어다니면서 마련한 돈이다. 강 교수는 “학과장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봉급 결정권”이라고 말한다. 올해 그는 교수들 봉급을 책정하면서 어떤 사람은 12.5%를 올려주었고, 부진한 교수는 2.5%만 올렸다. 그는 “이런 인센티브 때문에 지금은 정교수들 간에서도 월급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경합이 치열한 분야의 조교수는 초봉이 정교수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벨연구소에서 32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일리노이대 전기공학과를 교수 90명, 학생 2000명의 초대형 학과로 발전시켰다. 강 교수 자신은 올해 미국 여러 대학의 ‘헤드 헌팅’의 대상이 돼 내년 1월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캘리포니아대(산타크루즈) 공대 학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케임브리지,어배나샴페인〓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