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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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 in KIDS
글 쓴 이(By): kappa (IGER.group)
날 짜 (Date): 2001년 12월 27일 목요일 오전 10시 38분 15초
제 목(Title): [여행기] 12.로마를 보다.



로마에선 콜로세움, 팔라티노, 베네치아 궁, 테베레 강, 트라스테베레, 
베드로성당, 성 안젤로 성,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 판테온 
신전, 대통령 궁, 해골 사원 등 대략 스무 곳을 들렀습니다. 하루에 걸은 
시간만 꼬박 10시간, 저는 괜찮았는데, 같이 간 동료는 나중에 무척 
괴로웠다더군요. 끝까지 잘 참아 주어서 고맙기만 합니다. ‘로마를 대충 보면 
일주일이 걸리고, 그럭저럭 구경하려면 한 달 걸리지만, 제대로 보려면 평생 
걸려도 다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빈 말은 아닌 듯 합니다. 그냥 
스쳐갈 땐, 잘 모르지만, 유적 하나하나 앞에 서서 그 역사와 얽힌 사연들을 
알려면, 엄청난 공부가 필요할 테니까요. 참, 흔히 ‘땅 파면 돈 나오냐?’고 
말하는데, 로마는 정말 땅 파서 먹고 살더군요. 콜로세움을 지나면서 그냥 
동료에게 우스개 소리로, 로마는 유적지가 많으니 여기 사람들은 고고학 
전공해서 대충 땅만 파도 먹고 살겠다는 얘길 하다가 길을 건넜더니, 아니나 
다를까, 젊은 사람들 한 무리가 주변에 띠를 두르고, 웃는 얼굴로 얘길 
주고받으며 유적지 발굴을 하고 있더군요. 옆에서 관광객들을 인솔하던 
안내인의 말을 들어보니, 고고학이나 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랍니다.

 스페인광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구경도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로 치면 ‘전투경찰’에 해당하는 시위진압부대가 완전무장을 
하고 잔뜩 몰려있고, 방송중계차량도 많이 눈에 띠고 해서 무슨 일이 났나 해서 
광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무슨 정당의 정치 집회더군요. 국제적인 모임인 것 
같았는데, 트럭에 무대를 꾸미고 악단이 와서 흥겹게 연주를 하며 사람들이 
모여 발장단을 맞추는 모습은 우리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광장의 외곽에선 지난 
번 반세계화 집회 때 강력한 진압으로 악명을 전하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경찰들이 시위진압을 준비하고, 정작 광장 내에선 악단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 
비오는 날씨도 마다하고 사람들은 모여 웃고 춤을 춥니다. 북을 치고 돌을 
준비하고 최루탄과 진압봉으로 맞서는 우리네완 사뭇 다르죠?

콜로세움은 마침 노조가 파업중이라 들어가진 못했지만, 그곳에서 11 년을 지낸 
아저씨 한 분이 이런 얘길 들려주더군요. 원형 경기장은 검투사들의 싸움 
장소로만 사용한 게 아니라, 평상시엔 그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해전을 
연습하던 곳이기도 했답니다. 처음엔 전 장난감 배를 띄우고 모형으로 
해전연습을 했다는 소린 줄 알았습니다. --;; 근데 그게 아니라 실제 
로마군선을 띄우고 해전훈련을 했다는 얘기더군요. 놀랍죠? 2 천 년 전에 그게 
가능했을까요? 하지만 그 시대에 벌써 수도교를 놓고 수도설비를 갖추었던걸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듯 합니다. 피아트라는 가장 대중적인 차에서부터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라는 수퍼카까지 만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이탈리아가 
유일하답니다. 그런 기술력과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로마의 
유적을 보며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 트레비 분수에 
갔습니다. 사람들이 넘쳐나더군요. 꼭 우리네 연말 보신각 종칠 때 풍경 
같았습니다. 분수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흥에 
겨운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운가 봅니다. 꼭 다시 오고 싶어서 
동전을 세 개나 던졌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냥 던지는게 아니라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 넘어 던져서 분수의 상단에 들어가야만 한다네요. 그런데 가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그거… 선동렬 선수가 던져도 들어가기 어려울 겁니다. 
어쨌든 동전을 세 개나 넣었으니 양으로 해결되겠죠? 전 여튼 다시 갈 
생각입니다. :) 



Sorrow Looks Back // Worry Looks Around // Faith Looks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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