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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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 in KIDS
글 쓴 이(By): minerva ( 베토벤 )
날 짜 (Date): 2001년 8월  3일 금요일 오전 10시 24분 39초
제 목(Title): 싱가폴과 말레이지아를 다녀와서 (4)


호텔 방에 있는 안내 책자 끝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말레이지아에 
마약을 반입하면 사형입니다." 나처럼 마약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내용이 아니지만 대단한 협박이다. 구속이나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습니다.. 
도 아니고 사형입니다.. 라니.

첫날은 너무 늦어 밤 늦게까지 TV만 보았다. Channel 4인지 TV 4인지..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4개 채널에 각각 여행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호텔마다 틀어 
주고 프로그램 안내 책자도 비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전화를 발명한 "벨"의 
(무슨 벨이었더라...) 전화 발명기를 다룬 수시간에 걸친 영화를 보며 졸다가 
다른 채널을 틀어 보니 "Dark side of the sun"이라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인 
영화를 하길래 그걸 보았다. 햇빛을 보면 안되는 병에 걸려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불끄고 사랑하는 여자랑 마스크 벗고 있다가 태양이 뜨는 
아침에 여자 자는데 놔두고 오토바이 타고, 얼굴에 잔뜩 뭐 난채 떠나는 
영화인데 별로 안좋아하는 브래드 피트지만 불쌍했다.

TV는 자정을 넘겨 1시쯤 끝났는데, 우선 무슨 성악가같은 여자가 "말레이지아~ 
, 아아~ 말레이지아~~" 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 다음에 말레이지아 국가같은게 
짤막하게 나오더니 갑자기 조용하고 경건한 가운데 TV에 아랍어 같은게 줄줄이 
나오면서 누가 기도를 하면서 끝이 난다. 다음날 만난 호주에서 온 사람이 
그러는데 말레이지아 사람들은 patriotic하고 religious해서 TV 끝날 때 코란을 
낭독한다는 거란다. 음.. 그 기도가 코란이었군.

다음날 아침. 호텔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빨간 티에 빨간 반바지를 입고 
가방메고 모자쓰고 거리를 나섰다. 호텔 맞은편이 차이나타운이고 그 위로 계속 
올라가면 KL의 중심부가 나타난다. 다른 나라는 가본 적이 없어 차이나타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KL과 마찬가지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차이나타운은 별거별거 다 파는 곳이었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이 훨씬 더 크고 다채롭다. 차이나타운을 거의 벗어날때쯤 어떤 
지팡이 짚은 말레이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오하이오고자이마스, 웰컴 투 말레이지아". 윽... 그냥 못알아들은척하고 
"으흠?" 하고는 지나갔다. 적어도 내가 일본사람이 아니라는건 이해를 
하셨겠지.

한참 걸으니 호텔에서 받았던 KL 지도의 대부분의 유명한 건물들이 다 
나타났다. 나의 목표는 페트로나스 빌딩이었다. 세계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젤 큰 줄 알았던 내가 말레이지아 여행기를 통해 그게 
아니고 이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막상 가보니 별로 큰걸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눈에는 "역시 63"이 젤 커.. 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지만..

페트로나스 아래 여섯 층인가는 KLCC라고 해서 쇼핑 센터로 쓰인다. 빌딩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이디 카드가 있는 사람들만 통과할 수 있었다. 
KLCC 앞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한테 와서 시간을 묻는다. 자기 
시계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시계를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 알려 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 시계는 맞고 시계도 고장난 것도 아니었다. 일본서 왔냐, 
중국서 왔냐 해서 한국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자기 여동생이 한 달 있다가 
한국에 있는 리복으로 일하러 간다며 자기에게 한국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 "너 여동생이 한국에 대한 정보 많이 수집했을거야"라고 말했는데도 자꾸 
5분만 시간을 내란다. 너무 귀찮아하다가 갑자기 말레이지아 여행기 중에 누가 
글쓴사람한테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물어 봤다는 대목이 생각났다. 그 
사람도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부분이었는데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어제 밤에 여길 왔고 내일 아침에 떠나야 한다. 나에게는 오늘 하루 
뿐이니 너랑 얘기할 시간이 없다. 나는 짧은 시간 동안 KL을 다 봐야 한다"라고 
말하고 가겠다고 했다. 

KLCC는 정말 큰 쇼핑센터이다. 한 층 한 층이 아주 넓었다. 수입품이 많고 
국산이라도 수입품 가격 수준이었기 때문에 말레이지아의 물가를 생각하면 
일반인들은 이곳에서 물건 살 엄두를 못낼 것 같았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3층에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며 서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다가와서 "너 신발 
멋지다 어디서 샀니?" 하길래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면 뭐 어쩌구 저쩌구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인터넷에서 샀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나도 할 수 없이 한국서 왔대니까... 세상에... 자기 
여동생이 한 달 후에 한국으로 일하러 가니까 한국에 대한 정보를 좀 달랜다. 
으아~ 이사람들 무슨 스파인가? 어느 회사냐고 했더니 대우랜다. 스펠링까지... 
"디(D), 에이(A), 아이(I), 더블유(W), 오(O), 오(O)". 나는 대우가 DAEWOO인줄 
알았는데. 어쨌든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아이해브노아이디어, 암 쏘리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이후로 한번도 멈추어 쉬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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