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qkim (김 용 운) 날 짜 (Date): 1996년07월14일(일) 17시16분38초 KDT 제 목(Title):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 지내다가 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한다. 선물을 받을 때의 기쁨은 굳이 요상한 수식을 붙여서 말하지 않더라도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기쁨일 것이다. 그러나... 간혹 주는 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마음 가득한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선물이 있을 때가 있다. 그의 선물이 무슨 값진 것이나 구하기가 어려운 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길가의 들꽃 한 묶음이라 할지라도 그이의 마음이.. 무언가 주고 싶어하는 깊은 마음이 주고 싶은 이에게 향하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받는 이를 몹시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1)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선물을 사가지고 왔다. 선물이라며 무심히 던져준 것을 받아들고 오늘이 무슨 날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기억나지 않았다. 우리의 결혼 기념일은 앞으로도 한참 남았고 내 생일은 이미 지났으며 그렇다고 우리가 첨 만났던 날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고... 그럼 만난 지 백일째 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기념일이라도 되는가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었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선물을 받을 무슨 건덕지가 전혀 없었다. 나에게 아부할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당신, 이거 왠 선물이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물받을 날은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거? 그냥 오늘 날이 너무 맑고 좋아서...!"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특별한 무슨 날이 아니라.. 그저 좋은 날씨 맑은 날에 내가 떠올라 선물을 사주고 싶었다는 그 마음.. 그것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 오래 전의 어느 월간 잡지에서 읽은 글 -- (2) 어느 유치원 선생님이 말하였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부모들이 선물을 줄 때가 있어요. 좀 부담스런 것이면 돌려보내곤 하지만 무슨 값비싸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밝은 낯으로 받아서 감사의 인사를 받아요. 그런데 몇해 동안 지내면서 받았던 선물 가운데 가장 인상 깊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선물이 하나 있어요. 그 선물을 준 분의 인상에 선연히 기억에 남아 있구요. 가장 값 비싼 선물도 아니요 구하기가 어려운 귀한 것도 아니예요. 그냥 단순한 손수건 한 장이었어요. 그 손수건 한 장에 한 땀 한 땀 꽃무늬 수가 놓인.. 그 분이 직접 수를 놓아서 만들어주신 꽃무늬 손수건 한 장.. 그것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그분의 마음도 느껴지고요..." -- 내가 알던 어느 유치원 선생님의 이야기 -- (3) 우리 반의 영철이가 전학을 가게 되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는 영철이는 집안 형편도 워낙 어려웠다. 거기에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걸핏하면 싸우고 말썽이 많았던 아이였다. 내가 그 아이를 맡고서는 집안의 형편과 영철이의 처지를 많이 이해하여 잘 이끌어주고자 애를 많이 썼고 영철이는 나를 잘 따라주었다. 그래서 말썽쟁이 영철이는 간데없고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영철이가 되었다. 그러던 영철이가 전학을 간다는 것이다. 영철이와 어머니를 배웅하러 운동장까지 나갔다. 영철이 어머니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하였다. 영철이와 작별을 하고 돌아서는대 영철이 어머니가 나를 불러세웠다. 무언가 좋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처지가 그렇지 못해서 드릴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 그러면서 손에 무언가 하나 쥐어 주었다. 지금 펴보지 말고 우리가 떠나고 나서 펴보라는 당부와 함께... 그들이 떠난 빈 자리에서 나는 손을 펴보았다. 껌 하나... 얼마나 만지작거렸는지.. 그 껌의 사각 귀퉁이의 종이는 이미 다 헤어져 속의 몸뚱이가 조금씩 내보이는 그런 땟국물 흐르는 껌 하나였다. 나에게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었던 그들에게 어렵사리 구할 수 있었을 껌 하나 그리고 그게 몹시도 부끄럽게 느껴져 떠난 뒤에 펴보라던 당부의 말 껌 하나의 선물을 줄까 말까 얼마나 망설였길래 그렇게 네 귀퉁이가 다 헤어져 버렸을까..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지금도 내가 받았던 선물 가운데 최고의 선물을 꼽으라면 그때 받았던.. 네 귀통이 다 헤어지고 땟국물 흐르던 그 껌 하나.. 그것을 꼽는다. -- 몇해 전에 어느 월간지에서 읽은 글 -- (4) 스승의 날이었던 오늘 아버지는 학교를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셨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조그만 선물 꾸러미들을 들고 집에 돌아오셔서는 우루루 쏟아 놓으셨다. 그 가운데 하나를 집어들어 포장지를 풀어보시더니 "허허.. 올해는 가장 좋은 선물을 받았구만.." 그러시면서 볼펜 한 자루를 앞 호주머니에 꽂으시는 거였다. -- 월간 좋은 생각 올해 7월호에 나오는 이야기 -- (5) MSF란 '국경없는 의사들'이란 국제 의료지원 기구이다. 프랑스에서 태동되어 생겨난 단체이며 모든 지원금을 의료 지원 우선으로 쓰게끔 하여 자체 운영비의 비중은 다른 어떤 구호 기관보다 낮으며 그런 만큼 기부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로 직접적인 의료 지원으로 전달될 수 있는 단체이다. 수단의 난민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질병을 치료하고 엘살바도르에서 장애자 작업장을 세우기도 하며 기니의 병원을 재건하기도 한다. 그들은 재연재해를 입은 지역에서 몇 주일간 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으나 분쟁이 계속되고 정치적 탄압이 자행되는 곳에서처럼 몇 년씩 계속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레바논에서는 폭탄이 머리 위에 떨아지고 있는 동안에 지하 차고에서 수술을 하기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의료 물자를 말에 싣고 순회진료를 다니다가 폭격을 받기도 했고, 들키지 않으려고 광부용 헬멧을 쓰고 그 램프 불빛으로 수술을 하기도 했고, 차드에서는 전쟁포로로 붙잡히기도 하고, 터키에서는 간첩죄로 투옥되기도 했고 소말리아에서는 납치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위험하기도 한 일들이었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생계는 활동 틈틈이 집에 돌아와 자리를 비운 의사들을 대신하여 진료함으로써 생계 정도만 꾸려간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전하는 말.. "환자들은 먹을 양식이 바닥나다시피 했는데도 작은 선물을 주기 위해 진료소로 나를 찾아오곤 했어요. 빵 한 조각이나 오래된 사과 한 알이었지요. 그것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희생인지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우리가 한 번 치료해준 적이 있는 한 사람은 어느 크리스마스 때 손으로 짠 모직 외투를 선물하려고 3주일이나 걸려서 찾아왔더군요. 그들이 내게 진 빚보다는 내가 그들에게 진 빚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이 듭니다." -- 오래 전에 읽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린 이야기 -- ----------------------- 선물의 진정한 가치는 주는 사람의 깊은 마음과 그것을 읽고서 감동할줄 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결정나는 것 같다.......... 나는... 들꽃 한 송이의 선물에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