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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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꿈..고감도��)
날 짜 (Date): 1995년11월17일(금) 17시03분54초 KST
제 목(Title): 신선한 자극 - 1



이곳 양재동의 하늘은 가끔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니, 양재동 전체가 아니라 내가 있는 사무실만
그런지도 모르겠다.

불을 켜놓아도 어둡고 사람들이 자리를 많이
비워, 겨울로 가는 길목의 느낌과 함께 허전함이
감돈다.

옆자리의 과장님은 손님이 뭔가 받으러 올테니
전해주라고 하고 자리를 뜬지 오래다.
졸음과 씨름하고 있는 사무실의 어둑어둑한 오후.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거기 대우통신이죠?"

처음 들은 목소리인 걸로 봐서 과장님이 말씀하신
손님인가 보다.

"여기 안동인데요 ..."

순간 반쯤 졸고 있는 머리 속으로 안동이 어디더라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이어 음.. 손님 치고는 아주 먼
곳에 계시는군. 아마 강원도쯤 있는 덴가 보다. 근데
거기서 여기까지 언제 오나? 하는 생각이 흘러갔다.

"거기 이 승택 연구원님 계십니까?"

잉? 정신이 탁 들었다. 아니 나를 찾잖아? 그럼
그 손님이 아닌가보네...

"예. 전데요..."
"여기 동양공대인데요... xxx 교수라고 합니다."

음 .. 나는 모르는 분인데 나를 어떻게 알고 전화까지
하셨을까?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이 지나간다.

"저희가 1,2학년 대상으로 세미나좀 부탁할까 합니다."

아니 ..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내가 최근에 무슨
논문을 발표한 것도 아닌데. 혹시 번지 수를 잘못
찾으신 게 아닌지..

"저희가 책을 보았는데..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아 특강 좀 의뢰할까 합니다."

아니 ..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내가 그럴 자격이 되나하는 반문에서부터 직접 교수님이
전화를 걸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 특강도 좋지만 회사일
때문에 생기는 부담 ...

난 아주 완곡하게 거절하려고 했다.

"이해하시겠지만, 제가 학교에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회사 다니는 샐러리맨이다보니 운신(!)에 많은 제약이
 있어서요..."

"이해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대우통신 PC 100대를 구입했
 으니 고객이라면 좀 큰 규모의 고객이 아니겠습니까?"

할 말이 없군. 난 한편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가서 강의하는 것은 그저 2-3시간이고 나머지는
오랫만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도 있으니까... 사실, 회사도
큰 문제는 안된다. 하루 빠진다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고객이라는데 ...

"그렇다면, 공문을 하나 보내주세요. 부서장님 앞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그걸로 결재를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서 한참 반쯤 잠에 빠져있던 나는 갑자기
벙벙해진 느낌으로 다시 코딩에 집중했다. 사실 나는
안동이 어디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대략 3시간쯤 걸린다는
말씀에 어느 도에 있냐고까지 ..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냥 멀다는 것만 느꼈을 뿐.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리면서 안동이 경북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았다.

좀 어리둥절했지만 ... 그래도 한편으로 기뻤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설령 그것이 오해일지라도) 루틴한 삶
가운데 빠진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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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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