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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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에스띠)
날 짜 (Date): 1995년10월16일(월) 19시15분26초 KST
제 목(Title): 아 ... 힘들어라.



으 ... 깊어가는 가을 속에 머리는 안 돌고
해야 할 일은 손 앞에 있는데 진척이 없다.

대학 가기 전에 어두운 독서실에서 집중하던,
그걸 기쁨으로 여겼을 정도로 차분했던 나였는데
어느새 세상 즐거움만 쉽게 찾으려 하는 사람으로
변한게 아닐까?

그렇다고 교정에 예쁘게 피어있는 단풍 물결을 즐기고
싶어도 생각은 맨날 딴 데 가 있으니 ..


아 ... 컴퓨터 쪽은 왜 이렇게 변하는게 많을까?
한가지 집중해서 파악하기도 힘든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 별 희한한(그러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거 같은) 것들이 자꾸 치고 올라온다.

TCP/IP와 소켓 프로그래밍의 감을 잡고 유닉스에
집착하려다 보면 PC쪽에서는 무슨 Trumpet
Winsock이니 Twinsock, Cwinsock, Dwinsock, ...
tia와 tshost ...

에구 이건 다 뭐람...

사실 알고 나면 .. 모든게 다 별거 아니라는
느낌이 늘 따라온다. 그러기에 더 힘들다. 별거
아닌 거 알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이 너무 많아서이다.

늘 지식이 .. 또 경험이 부족함을 느낀다...

어쩌면 내 재능과 적성이 이쪽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음 ...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 말씀대로 미대 가서
디자인을 전공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

재미도 없는 코딩 .. 한 거 또하고 조금 고쳐서 다시
만들고. 역시 프로그래밍은 막노동일 뿐임을
절감한다.

대학교 저학년 때의 순수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가졌던 즐거움이 그립다. 그땐 가만히 있어도
막연히 잘 될 거라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다.

늘 주위 후배들에게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기쁘다"란 말을 해왔는데 이젠 내가 스스로 그것을
새겨야할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 어느 현역 장성의 좌우명이던
"무욕즉강"이 생각난다.

나를 ... 가만히 ... 나만 돌이켜보면, 순수해지고
온전해지고 참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절실해지면서도
세상을, 물질을, 또 사람을 바라보면 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놀랍고도 지극히 자기만족적인 기력이
강렬히 움직인다. 그건 .. 다시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온
내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이다.

욕심으로 갈등하고 만족하지 못해 갈증하는 것 .. 그게
인생의 참 모습은 아닐 것이다.

나를 .. 내 본 모습을 깨우는 진리와 소망을 다시 만나도록
기원해야 겠다. 또 그 안에 내가 찾는 소중한 행복이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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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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