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g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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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에스띠)
날 짜 (Date): 1995년07월10일(월) 17시53분30초 KDT
제 목(Title): 공포 ...


우리 집은 새집은 아니지만 ... 밖에서 보기에는 꽤 그럴듯하게
지어진 편이다. 미니 3층에다 .. 안에 들어와보면 방도 많은 편이고 ...

우리 식구가 쓰고 남는 방은 전/월세로 빌려주거나 아니면 자취생/하숙생
에 주기도 하는데 ...

어제 새벽은 ... 참으로 잊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새벽 5시 반이 지났을까 ... 잠이 한참 들어있을 무렵의 나는
아주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잠결에 듣기에 ... 그건 마치
자동차가 급정거를 하는 소리였다.

"끼이이익"

한 3-4초 정도? 꽤 길다고 느껴졌고 동시에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잠들어 있었지만 판단할 수 있었다.

"아 ... 교통사고인가보다."

그리고 그건 고통으로 다가왔다.

몸을 일으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는 나를 깨워야 하는데 ... 몸이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
순간 삼풍 백화점 사고를 보고 있는 악몽과 같은 느낌이
나를 에워쌌다.

벽에 깔려서 잘려나가고 찢어졌을 사람들의 육신의 모습과
교통 사고의 처참함이 대비되었다.

짧은 순간에 그렇게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그런데 ... 비명은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 ... 그런 것 같았다.
정말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 그런 소리였다.
뒤따라오는 殺人鬼에 질려서 넘어지며 소리내는 것이랄까?

나는 비로소 잠을 깨울 수 있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었다.

"이 .. 이건 ...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야 ..."

그건 놀랍게도 바로 우리집 마당에서 나는 소리였다.
현관 문을 열면서 누군가 소리 지르고 있었다.
1층에 있는 여학생이었다. 그는 공포에 질렸으며
비를 맞아 몸은 젖어있었다.

그는 놀라서 나온 어머니에게 자기 방에 누군가 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를 깨우고 ... 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고 입이 딱 벌어지면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 신문에서나 읽던 일이 실제로?? 그것도 바로 내 앞에서??


나는 마당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러나 ... 아무도 없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벌써 도망 갔을까? 아니면 ... 지하실로 숨었을까?

하지만 나도 대비책이 없이 무조건 나설 수는 없다.

그 여학생이 있던 방을 돌아보았지만 ...
이상하리만큼 깨끗했다.

정신이 없었고 머리가 아팠다.
나중에 그 학생에게 이야기를 차근히 들을 수 있었는데 ...

자고 있는데 ... 자기를 누군가 깨우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

"나 누군지 모르겠어?"
"난 .. 너를 잘 알아... 이름도 알고 ..."

그 여학생은 ... 그러다가 ... 위험을 무릎쓰고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그 남자는
도망가버리고 ... 또 도망 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아 ...

십몇년전인가에도 한번 집에 도둑이 든 적이 있었다.
크게 털리지는 않았지만 .. 그래도 크게 놀랐었는데 ...
이건 더 큰 충격이다.

어떻게 대문을 열고 들어왔을까? 또 어떻게 집 구조를 알고
있을까?

만약 ... 나도 ... 잠을 자는데 .. 옆에서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뜨게 되고 ... 그때 내게 칼을 내보이며 목숨을 위협하는
사람이 있다면 ... 그건 상상만 해도 ... 공포심을 유발한다.

새벽 7시가 되어 ... 정황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 ...
사람들도 다들 안정되고 ...

결론은 ...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사람들 뇌리에 기분이 참으로 기억하기 싫은 비명의 각인이 새겨졌지만
다친 사람도 없고 ... 잃어버린 물건도 없다.

난 ... 평소에 집에 늦게 들어가고 일찍 나오는 관계로 누가
세들었는지 .. 또 있는지 거의 모르는데 ...
그날 .. 이런 학생이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또 참으로 용기가 있구나 하는 감탄도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께 (그간의 소망이기도 한) 개를 한마리 기르자고
제안했다.

아침이 되어 .. 다 잊어버리고자 .. 동생과 함께 수영장에
갔다가 교회에 갔다왔는데 ...

저녁이 되자 ..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분명이 대문이 잠겨 있었는데 누가 어떻게 들어왔을까?
또한 그 사람은 어떻게 그 학생을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위기의 순간에 그 사람은 그 학생이 달아나려는
것을 방관했을까?
또 어떻게 달아났을까? 대문 닫는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
지붕을 타고 달아났을까?
(* 우리집 대문은 여는 것이 아주 까다로움 *)
방 안은 왜 어질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일까?
비명 직전에 들린 끼이익하는 마찰음은 무엇이며
연계성이 있는 것일까?

또 다시 머리가 아팠다.

누군가 진짜 들어오긴 들어왔던 것일까?
만약 .. 그게 아니라면 .. 더욱 공포심이 유발된다.
대체 무엇이 그 학생을 깨웠을까?

그런데 .. 더욱 의아하게 만드는 것은 .. 그 학생의 부모님들이다.
마침 그 학생의 부모님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와 있다가 연락을
받고 우리 집에 왔다. 난 그때 집에 없었는데 .. 나중에 들어보니까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으로 ..

"얘야 ... 집에 가자. 그러기에 평소에 문단속 잘 하라고 했잖니?"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그리고 내내 웃는 모습으로 있다가 갔다고 한다.
물론 경황이 없어서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 지방에 가서
다시 전화를 할 때쯤에는 어떤 원망감이 들었을 수도
있는데 ... 예컨대 ... 왜 대문이 그러느냐는 식으로 ..

"집에 잘 왔는데요 ... 너무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대략 그런 식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 정말 우리 아버지 말씀대로 헛것을 본 것일까?
아무리 그렇게 가위 눌려서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깨면
그만이지 .. 밖으로 뛰쳐나와서 비명까지 지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 유령?
문을 여닫을 필요도 없는 .. 그런 혼령?
이 집이 지어지기 전에 여기 살았던 누군가를 짝사랑하다
죽은 총각의 혼령?

후우 ... 모르겠다. 어디까지 비약이 되어야 하는지?

그래서 .. 오늘 새벽 천둥 번개가 칠 때 하늘 위에서
누군가 내려와 내 곁에서 나를 깨울 것 같은 생각에
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개를 기르는게 좋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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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짜르트의 아름다움과 쇼팽의 경쾌함, 때론 베토벤의 장중함을  
     앤소니 벤츄라와 같은 그룹이 연주한 느낌으로 모니터의 오선지에     
        담아 감상하면서 나도 플룻의 선율로 참여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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