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Bmoon (초이) 날 짜 (Date): 1994년11월06일(일) 12시31분39초 KST 제 목(Title): 편지 안녕하셨어요? 오늘 학교를 오다보니 낙엽비가 내리더군요. 노랗게 단풍이 든것, 색갈이 바래 죽음을 느끼게 하는 짙은 가을 색의 것, ... 그런 것들이 바람을 받아 낮게 저공활공을 하고 있었어요. 휘이익 몰아치는 낙엽들이 차창에 와서 하나씩 부딪히고... 음... 가을이 이렇게 멋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경복궁을 지나오고, 삼선교 쪽으로 좁은 길을 오다보면 양쪽으로 드리워져 있는 , 숨기워진 생명력을 지닌 나무들이 어디론가 오라는 듯하지만... 히유~ 얕은 한숨이 모든 상념을 몰아 낼 수는 없습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느끼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울어야 할 숱한 날들이 아직도 내게는 그 나무의 그리고 땅위의 입새처럼 많기 때문입니다. 왠지 오늘 성당안의 백열등이 마치도 투명한 낙엽들이 무수히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축복받은 자연이 이제 겨울에게로 그 바통을 넘겨주고, 서서히 사그러들어 잠에 빠지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가을이 오겠지만, 나에게 이 해의 가을은 특별한 것... 그래서, 한낫 낙엽에게 아침이면 어느 미화원에게 태워질 사소한 낙엽에게조차 의미를 주게 됩니다. 살아가는 게 이런 것인가 봅니다. 나 뛰어놀던 그 운동장에 시소만 보이던 것이 이제는 그 넒은 곳에 뒹구는 낙엽이 보이니 말입니다. 때론 우리 인생이 아무 걱정없이 뛰어놀던 그 때이기도 하겠지만, 아무 일 할 수 없이 그저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는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부디 일어서서, 그 날들을 의미있게 아로 새겨,다시 일어서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가을이 지나고 또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까닭입니다. 나는 나무이기에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해야죠. 버겁게 나를 짓누르던 그 무게를 훨훨 벗어 버릴 때. 바로 그런 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편지를 쓰고 싶었던 날입니다. 너무도 쓰지 않았던 편지... 왠지 하얀 종이만 보면 손이 고바서 한 글자도 내릴 수도 없어... 그리고,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싶어서... 적어 보았습니다. ** 우울하지는 마세요! 멋있는 가을엔 미소가 더 어울리니깐요 ** --> 색갈 => 색깔, 입새 => 잎새. 바람이 불면 흘려 보내주고, 비가 오면 막아주는 그런 나무가 조오타. ** 난 비터문도, 블랙문도, 엉터리 문장 비문도, 비석의 비문도 아닌!!! 블루 문이라구요. 또 우울한 블루도 아닌 씨원한 블루~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