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DoHKim (김 도 형) 날 짜 (Date): 1994년10월21일(금) 18시05분09초 KST 제 목(Title): 음대 94 정기연주회를 보고(8) 후반부는 브라암즈의 마단조 교향곡 하나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곡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전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음악회에 오기 전에 좀 마음 속에 망설임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연주가 너무 형편없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그렇다시피 일반적인 고전음악 감상자들은 음반이나 방송을 통해서 음악을 주로 듣게 되는데, 그렇게 듣는 음악들의 연주자는 전세계적으로 봐서도 최일류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의 이러한 염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괜히 왔다가 머리만 쥐어 뜯으며 앉아 있다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죠. 물론 이런 걱정이 보다 근거를 가질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째는 감상자의 귀가 밝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감상자가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의 성능이 수준급이어야 하겠죠. 저의 경우는 두 가지 조건이 다 거짓인데도 괜한 걱정을 했는 것 같고, 그 점은 연주를 들으면서 확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곡이 (비록 저는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지만) 상당히 연주하기 어려우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연주는 제 귀에 별로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제가 평상시에 듣는 이 곡의 연주는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컬럼비아 교향악단의 것입니다.) 그 날의 연주는 현악 파트의 음량이 좀 작다는 것과 관악 파트의 소리가 좀 새된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 저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이 좋게 들렸습니다.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않아 소리가 멍멍거리는 느낌은 저의 둔한 귀에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 날 저녁은 기온이 서늘했는데, 그 전형적인 소슬한 가을 밤에 듣는 브라암즈의 4번은 "정말로 맛이 각별"했습니다. 어느 글에서 본 것 같은데, 1악장의 느낌은 가을 바람이 이리저리 부는 듯, 혹은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나이의 사람이 지난 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 온 마음의 쏠림을 표현하는 듯 했습니다. 또한 장대한 파사칼리아(passacaglia; 저도 이 형식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변주곡 형식이라더군요. 사전에는 3박자의 무도곡이라고 되어 있군요. 저는 이 악장에서 바흐의 바로크 음악을 연상하게 되는데, 제가 바흐를 좋아하다보니 파사칼리아 형식의 내용을 잘 모르고도 그냥 좋더라구요)로 이루어진 그 유명한 마지막 악장도 좋았고요. 누구의 말대로 브라암즈의 음악, 특히 교향곡 4번은 듣는 사람을 슬픔과 절망에 담궜다가 다시 힘차게 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