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ungShin ] in KIDS 글 쓴 이(By): styi (이 승택) 날 짜 (Date): 1994년06월08일(수) 15시44분11초 KDT 제 목(Title): 석사 학위 논문 쉽게 쓰기 회사의 94년 상반기 마스코트인 우리의 삐삐 폭시양이 논문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한두 마디 올리고 싶은 글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몇자 적어봅니다. 대학원에 있을 때 어느 선배가 말하기를 ... "야, 석사 논문이 뭐 별거니? 그거 열심히 써도 아무도 안봐줘. 그저 잘된 논문이라면 reference가 어떤 것인가 정도만 볼 가치가 있지."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누나는 과연 논문을 대강 쓰고 졸업하였습니다. 나도 그 말에 힘을 얻었죠. 아항, 아무도 안보는구나. 비록 그렇다지만 그래도 2년의 시간을 투자하여 얻은 것이 뭔가 있어야하는 생각은 버릴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와 선배님들, 친구들이 논문을 쓰면서 느끼고 본 경험을 이야기해 드릴까 합니다. 원래 석사 학위 논문이란 정상적인 경우에는 박사 과정에 있는 선배의 지도를 받아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박사 과정에 있는 사람은 비교적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중에 일부를 석사 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넘겨주어 끝내게 하는 거지요. 물론 석사 과정에 있는 사람이 독자적으로, 또는 연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런 여력이 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박사 과정 선배가 없으면 교수님으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게 될텐데 그것은 교수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내용과 일을 진행하는 취향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게 되겠군요. 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가,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 여러분께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째, 자신이 졸업한 뒤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논문 방향과 구현 과정을 잡아야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어차피 논문을 쓰는데 부여된 총 시간은 2년으로 묶여있고 그 안에 끝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또 1년은 제목 잡느라 보내고 뒤에서 2-3개월은 논문 제작이다, 논문 발표 준비다 해서 보내기 때문에 실제로 논문 작성에 집중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아야 10개월입니다. 만약 박사 과정과 연계해서 꾸준히 고민할 만한 내용의 논문이라면 처음부터 이론적이고 또 약간 거창한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고 취직할 생각이라면 10개월 내 조사할 것 다 조사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심고 그것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적당한 선에서 끊어야 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하죠. 계획을 50하고 50을 끝낸 사람이 100을 잡고 25를 끝낸 사람보다 훨씬 낫잖아요? 둘째, 석사 논문은 노하우(know-how)보다 노웨어(know-where)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어디에 널려있는지를 더 빨리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죠. 워낙 많은 논문과 자료가 쏟아져나오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심한 경우 벌써 몇년전에 발표된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런 경우 나중에 그걸 그냥 도용했다는 오해를 받기 쉬워요. 셋째, 이론적인 내용으로 끝나는 것보다 차라리 작더라도 구현을 해보는 게 좋아요. 여러분들은 학부를 마칠 때까지 작성한 프로그램의 최대 길이가 어느 정도인가요? 5,000라인을 넘는 분이 거의 없을 겁니다. 물론 라인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50,000라인 짜리 프로그램을 다루게 되기도 할 텐데, 이왕이면 그것에 대비하여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논문을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이런 논문은, 예를 들어 누군가 이론적으로 정립해둔 것을 직접 구현한다거나 보다 최적화시킨다거나 하는 쪽으로 구현하게 되어, 나름대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또 제대로 구현될 경우, 두고두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네째, 다독보다는 정독이 좋은 것 같군요. 이 말은 어쩌면 둘째 이야기와 상반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석사 논문은 폭도 좁고 깊이도 깊지 않지요. 정해진 시간 안에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라고 할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참고 문헌으로 30~40개씩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그것을 자세히 다 읽어보고 또 비판조로 분석했는지 궁금합니다. 차라리 자신이 쓰고자 하는 topic에 크게 도움되는 논문 3~4편을 중심으로 해서 자기의 아이디어를 넣고 그것에 보조적인 문헌 4~5개면 충분할 겁니다. 그래서 집중해서 보아야겠지요. 다섯째, 정말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아무리 topic이 근사하고 최신 기술이어도 소용이 없어요. 내가 한게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처음 논문 방향을 잡을 때 뿐만 아니라 계속 참고 문헌을 보고 구현해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자기의 주장을 일관되게 잡아나가야지요. 그것이 얼마나 그럴싸한가는 오히려 방법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교수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주장 자체가 흐지부지하게 느껴지는데에 있지요. 사실, 교수님들이라고 다 아시는 것은 아니잖아요? 내가 한 것이 이것이고 그 결과는 바로 이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위에서 말한대로 실제 구현이든, 아니면 새로운 이론 제기이든, 또는 심지어 survey에 그칠지라도 분명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안해야 할 것은 시간과 일정 관리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해야지 .. 해야지 .. 하다보면 시간만 잘 갑니다. 마음은 급해져서 더 안되지요. 자신이 정한 일정을 늘 체크해야 합니다. 그게 잘 안지켜지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서라도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구처럼 발표 당일날 아침에 TP를 뜨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히히. 그리고, 한가지 더 첨언한다면, 석사 과정을 끝낸 선배나 ... 아는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세요. 그들도 한참 할 때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 하다가 실제로 완결짓지 못한 것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1+m 사람이 합작하여 쓰되, 이름만 한 사람으로 내도 근사한 논문이 되는 것은 틀림없지요. 대신 '감사의 글'에 그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ps. 어떤 분이 제게 그러던데 ... 제가 회사에서 할 일 없고 시간 많아서 이렇게 posting하는 것은 아니예요. 제게 있는 경험과 느낌이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한 마디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은 알려드리고 싶을 뿐. 그리고 논문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foxy양이 딱하잖아요. 그리고 우리 회사, 비교적 좋은 편이예요. foxy양은 너무 실망한 것 같이 말하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