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8년02월08일(일) 06시04분17초 ROK 제 목(Title): 행 복 우리 lab은 이론보다는 실험을 위주로 연구하는 곳이다. 우리 교수는 실험도 그냥 실험이 아니라 우리만의 새로운 device를 만드는 걸 좋아하신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처음에 하는일이 자기만의 새로운 device를 만드는 거고 그걸 다 만들고 데이타가 나오면 졸업을 하는 거다. 나도 우리 실험실에 조인하자마자 machine shop에서 밀링머신, 선반을 만지작거리며 어설프게 뚱땅거리며 뭘 하나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원하는 데이타는 안나오고 순전 noise 뿐이다. 어려서도 그 흔한 조립식 하나 제대로 만들어본적 없던 나에게 (개인적으로 난 책을 읽는 걸 좋아했고, 조립식, kit 만드는 것 보다는 개미와 잠자리를 키우는 걸 훨씬 좋아했다.) 수많은 전자기기, 레이저, 광학기계, 모든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한숨만을 쉬다보니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올해들어서 어쩐일인지 실험이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노이즈만 내뿜던 기계들이 예쁜 데이타를 만들어 내는 거다. 그러다 보니 실험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저께는 샌드위치 세쪽을 싸들고 아침 7시에 실험실에 나갔다. 이것저것 일을 하다보니, 시계는 벌써 저녁 10시를 가리킨다. 집에 돌아오니 기숙사 윗집에 사는 후배하나에게 연락이 온다. 학부에 다니는 재미교포인데 어쩌면 그렇게 한국말도 잘하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기특한 후배이다. 작년에는 학부교포애들을 이끌고 북한동포 돕기 행사도 가질 정도의 당찬 후배이기도 하다. 뭐 전해줄게 하나 있는데, 마침 저녁에 끓였던 김치찌게가 있어 좀 나눠주겠단다. 주는 김에 밥까지 달라고 얘기하는 내 자신이 너무 뻔뻔한 선배인가? :) 하루종일 실험을 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돌아와, 누군가가 정성껏 만들어준 김치찌게를 먹으면서, 웬지모를 편안함,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것이 유학생활에서의 행복일꺼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