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8년01월25일(일) 06시31분30초 ROK 제 목(Title):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 이곳의 화학과에 Flory라는 교수님이 게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혹시나 화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화학중에서, 물리화학, 열역학 분야, 특히 고분자라는 학문을 처음 창시하셨다고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두드러진 공을 쌓으신 분이다. (197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런 Flory교수님을 추모하기 위해서 이곳의 화학, 화공 과가 연합하여 Flory conference라는 걸 올해 처음 개최했다. 주로 고분자에 관한 저명한 연사를 초청하여 최근의 연구근황을 나누는 자리로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서 열렸다. 오신 연사 중에 main speaker로 de GENNES 이라는 프랑스 교수님이 계셨다. Liquid crystal에 관한 이론적 연구로 1991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신 분이다. (관심 있으신 분은 http://www.nobel.se/laureates/physics-1991.html 참조.) 이번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네번에 걸쳐 초청강연이 있었다. 화학, 화공분야만 생각하고 자그마한 강의실을 빌렸다가 장소를 옮겨야 할만큼 청강생들로 가득했다. 수요일인가, 아침에 뚝딱거리며 실험을 하고 있는데 'Hi, Everybody' 하는 너무나 다정하게 들리는 지도교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와 다른 닭살돛는 인사 소리에 :) '뭔일이야?' 하고 쳐다보니 de GENNES 교수님이 연달아 들어오신다. 아마 실험실 소개를 하려고 했었나 보다. 먼저 내가 하고 있는 실험장비로 오더니 'nameless' 라면서 인사를 시켜준다. 활짝 웃으며 '봉쥬르'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떨결에 nice to meet you 라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니 지도교수가 내 실험 장비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한참을 듣고 나더니 'It seems to be nice system.' 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때 무명용사 얼마나 감동했을지 상상 할 수 있겠지요? :) 아마 거기서 나오는 데이타를 보셨더라면 차마 그런 말씀을 안하셨을텐데.. :) 실험실에서의 잠깐의 만남, 그리고 몇번의 강의를 듣고 나서 보니 참 노벨상을 받은 노교수님이라는 거리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너무나 겸손해 보이시고, 다정하고 따뜻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정말 학문적으로 훌륭한 사람의 모습이 어떤가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도 갓 tenure 받고 난 젊은 교수중에는 목에 힘주고 잘난체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지만 학문적 업적이 높아갈 수록 그리고 진정한 학자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교수님들은 결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나의 50년 후의 학자의 모습은 어떨지 그려본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