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nford ] in KIDS 글 쓴 이(By): nameless (무명용사) 날 짜 (Date): 1997년05월28일(수) 14시37분41초 KDT 제 목(Title): 스탠포드의 한국인 3. (End) 오늘의 공연을 보고 느낀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막연히 추측만 하던 재미교포학생들의 생각과 의식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는 점이지요. 무대 정면에 '하나로'라고 쓰여있는 큰 현수막이 있었습니다. 그 글자중에서 '하'는 태극기로, '나'는 인공기로, 그리고 '로'는 성조기로 무늬가 되어 있었습니다. 문득 내 자신의 의식속의 '조국', '한국'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과연 그 안에 우리의 반쪽인 북한이 포함되어 있었던가 하는 의문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부터, 우리의 또다른 하나의 조국 -북한- 을 '한국'과는 다른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풍물패 리더의 인사말중에서 'Korea is not two. It's only one. We are neither North nor South Korean. We are just Korean...' 를 들으면서 어쩌면 그들이... 한국이라곤 방학때 연대어학당에 가본게 전부일 그들이... 한국에서 27년을 살아온 내 자신보다 더 진짜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하나 놀라왔던 건 그 공연을 함께 한 사람중에서 (한 100 여명?) 유학생들의 모임인 KSAS는 우리 테이블의 4사람이 전부였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습니다. 저 또한 후배의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간 거 였으니까요.) 우리보다 많게는 10년이나 어린 아우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북을 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제문을 외우며, 북에 있는 동포들을 걱정하고 있을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문화가, 한국의 음악이, 한국의 대학생활이 알고싶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려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우리들이, 같은 한국민의 형, 누나로서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온갖 비리와 뇌물로 전직 대통령이, 고위 정치가가 철창행을 향하는 우리의 현실을, 같은 동포가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데도 정치적 이해타산만을 생각하며 뒷짐을 쥐고있는 조국을, 그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이곳에 와서 유학생활이라는 조금은 단조로운 시간속에서 오늘처럼 뜻있고 흐뭇한 시간을 보낸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앳된 우리의 동생들의 그 서투른 한국말을, 가끔은 장단에 안맞는 장구를 꽹과리를 치는 모습을, '좋다'라는 추임새 대신에 'Let's go'라는 어색한 외침을 들으면서 너무나도 흐뭇하고 대견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스러움을-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조국에 대한 열정과 그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의 앞날은 밝을 수 밖에 없다는 희망에 작은 미소를 지어봅니다... 무명용사... ------------------------------------------------------------------- 추억은 아름다운것. 그리고... 그 추억을 그리며 산다는 건 더욱 아름다운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