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DoHKim ( 김 도 형) 날 짜 (Date): 1998년 6월 20일 토요일 오후 02시 22분 09초 제 목(Title): 월드컵 축구를 보면서... 토막 생각들. - 누가 뭐래도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 그냥 보면서, 또는 직접 하면서 즐기면 족하다. `同價紅裳'이라 우리 팀이 이기면 더욱 좋은 것은 당연하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상대방의 발등을 스파이크로 찍든, 뒤에서 장딴지를 걷어차든, 아무리 경기 내용이 거칠고 세련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점수에서 이기기만 하면 마냥 즐거운가? (왜 나는 그렇지 않을까...?) 호나우도가 상대 문전에서 스코틀랜드 선수들 네 명을 몰고 그 사이를 누비는 드리블이나,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인 수비사레타도 어쩔 수 없게 하는 나이지리아 올리세의 역전 중거리 골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즐겁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매일 매일의 월드컵 중계를 편하고 즐겁게 볼 수 있다. -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것은 정상(?)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신체 조건,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축구에 관계된 인프라(경기장 시설, 등록 선수들의 수, 유청소년 축구 교육 시스템 등) 등을 고려해 볼 때 말이다. 그런데 1회전을 통과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바라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나도 바란다. 그런데 언론이나 국민들은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시쳇말로 "짜도 똥밖에 나올 게 없는"데 어쩔 셈으로 그렇게 부담을 주는지... 우리 속담대로 "혀는 짧은데 침은 길게 뱉고 싶은" 짝이다. 이것도 우리 국민의 고쳐야 될 점이 아닐까? -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경기를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몰려서? 천만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 모습에서 우리나라, 아니 나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중간 과정으로서의 한 성공에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 끝마무리의 정교하지 못함, 대강대강 하고는 "설마..."하는 위험 불감증 등. 그런데 가장 보기 괴로왔던 장면은 나쁜 결과가 벌어지고 난 뒤, 팀 동료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잘못 된 것은 조상 탓이지...) 하석주가 퇴장할 때 제대로 위로해 주지 않는 모습(프랑스와 카메룬의 경기였던가...? 카메룬 선수가 퇴장당하는데 동료 선수들이 참 따뜻하게 위로를 해 주더라)도 그랬지만, 압권은 멕시코의 동점 골이 들어갔을 때 유상철의 행동이었다. 우리나라 진영의 오른쪽 코너킥이 헤딩을 시도한 우리나라 선수와 멕시코 선수의 머리에 맞지 않고 넘은 뒤 유상철의 왼쪽 발에 맞아서 김병지 앞에 있던 멕시코 선수의 발 바로 앞으로 완벽하게 어시스트(?)가 되었다. 멕시코 선수는 마음껏 찼고 골키퍼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는 골이었다. 그런데 그 골을 어시스트한 유상철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동료 수비 선수들에게 손짓을 하며 질책하는 것이다! @_@ (게다가 유상철은 주장이었다!) 우리 모두 자라면서 동네 축구 한 두 게임 뛰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동네 축구에서조차 가장 팀의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일은 잘못된 게 서로 네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임을 잘 알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뛰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그래서 더욱 패스는 잘 끊기고 경기 내용은 악순환을 그리게 된다...) 중계 화면을 보면서, 정말 가까이 있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나저나 유상철이 잘 하는 선수인가? 나는 그가 참 잘 한다고 느낀 적이 국내 리그를 보면서도 전혀 없었기에 정말 궁금하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는 보통 사람이라서, 전문가들은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말로는 만능 선수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확실히 잘 하는 것이 없어 보였다. "열 두 가지 재주 있는 놈 끼니 걱정한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 그리고 잘 하면 뭐하나? 그런 행동으로 팀 분위기나 해친다면.) - 차범근 감독 경질 운운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 작전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고, 정말 멍청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둘 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어쨌든 일단 맡겼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가 알아서 할일이다. 차범근 감독이 독선적이라는 지적도 많던데, 그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는 독실한 종교 신자이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당연히 독선적이고 아집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하고 신념이 강한 것이겠지... 도그마로 굴러 떨어지지 않는 신념이 있을까...? 논리와 이성에 대한 신념 외에 자기 자신을 부정할 수 있는 신념 체계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이런 유연성과는 상극이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봐서 개신교는 특히.) 그런 종교가 사고를 지배하는데 인이 박혀 있을테니, 차 감독의 태도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고 하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까? (뭐 틀릴 수도 있겠지... ^^ 부질없는 종교 논쟁은 사절!) - 그래도 오늘 밤에 있는 네덜란드와의 시합에서는 우리나라 팀이 좋은 경기를 하기 바란다. 지든 이기든 당당하고 투지 넘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그럼 나는 만족한다. (그런데 대회 개막 전에 네덜란드와 파라과이가 하는 평가전을 봤는데, 네덜란드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벨기에와 비기는 바람에 열심히 뛸 것 같은데... 걱정이다. `개쪽' 당할까봐. :-( ) - 이번 대회에서 나이지리아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 올라가며 전통적인 축구 강국들을 다 깨고. 그러면 참 재미있을텐데. - 우리나라 선수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