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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parkeb ()
날 짜 (Date): 1998년 6월 18일 목요일 오전 11시 13분 20초
제 목(Title): [축구] 하이텔 글 하나 더..



#22059   김명현   (lehrin  )
대 멕시코전을 다시 보고.                     06/17 20:46   185 line

당일에는 경기가 끝나선 분해서 다음날 해가 밝을때까지 해가 밝을 때까지
잠도 못 이뤘었는데,
녹화해놓고서도 다시는 보기 싫을 그런 경기일줄만 알았었는데,
오늘 큰 맘 먹고 다시 대 멕시코 전 경기를 보고서. 하석주 선수가 프리킥
으로 사상 처음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며 좋아하던 그 표정을 보고 그만 울
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선수들 부담이 심했겠습니까.
대표팀 맏형 격이자 최고 공격수인 황선홍 선수는 부상 당해서 누워 있고,
한국의 강점이라던 측면돌파의 기수 날쌘돌이 서정원 선수는 컨디션이  제
정상이 아니지, 최성용 선수는 프랑스 가서 부상당했지, 이래저래  악재가
겹쳐 있었는데다 한국에서는 멕시코를 꺽는건 기정사실화 해놓았지,  16강
진출 못하면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인가 하는 선수처럼 저격해 죽일  분위
기였지, 홍명보 선수를 비롯해 황선홍 선수등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지...정말 아무리 평소에 활달하고  명랑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장난이 아니었겠더군요.
 
시합 전에 애국가가 울려퍼질때 선수들 이를 악물고 애국가를  따라부르던
모습 보셨습니까?
정말 굳은 표정에 이를 악물고 부르더군요. 정말 이를 악물고...
 
하석주 선수 지금 얼마나 원통하겠습니까. 정말 죽고 싶을 심정일 겁니다.
소문에 따르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숙소에 칩거 중이라고 하니 제가 그 심
정의 만분의 일이나 알런지 모르겠지만, 저라 해도 정말 죽고 싶을 심정일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하석주 선수를 벌써 분시참관해버렸습니다.
 
하석주 선수가 퇴장당할때, 락커에도 앉지 못하고 스탠드에 올라가서 관전
해야 할 그때, 하석주 선수의 표정 보셨습니까.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게
보이더군요. 두 주먹을 꽉 쥐고.
 
차범근 감독의 그 표정. 어쩔 줄 몰라하는 그 표정. 평소 언제나 굳은  표
정이던 차범근 감독이 온 얼굴 가득히 당황하는 표정을 짓습디다. 난 월드
컵 예선전 이후로 한일전 때 일본한테 지고 있을때도 차범근 감독이  그렇
게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은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김도훈 선수. 잘하고 못했고를 떠나서, 교체도 허용되지 않던 그때.
다리에 쥐가 나도 생침으로 피를 철철 흘리면서 최전방 공격수가 멕시코의
코너킥 때 우리팀 페널티 라인까지 와서 수비합디다. 
얼마나 1승, 1승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으면.

김병지 선수.허탈하게 골을 먹고. 1점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
지 골대 앞에 벌렁 드러눕더군요. 제겐 눈물을 흘리는것처럼 보였습니다.

1승에 대한 염원, 16강에 대한 염원이 선수들이라고 우리 TV 만  지켜보는
사람들보다 덜 하겠습니까.
차감독이라고 16강에 대한 염원이 우리보다 더 간절하지 않겠습니까.
최용수 선수를 넣어서 이길 수 있었다면 어찌 넣지 않았겠습니까. 그가 아
무리 독선적이고 오만한 감독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 어느 팀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프로팀끼리의 경기를 TV 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오랜만의 TV 중계였습니다. 비가 오더군요.
그런데 어땠는지 아십니까? 수중전? 그게 수중전입니까? 그건 수렁 속에서
경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이 철벅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잔디는 어디 가서
보이지도 않고, 흙바닥에 선수들은 팬츠와 상의 뿐 아니라 얼굴, 머리  할
것 없이 진흙으로 뒤범벅이 되어서 형형한 안광만 보입디다.  누가 누군지
구별도 안 갈정도로 말입니다.
프로팀끼리의 경기가 그렇습니다. 
그럼 연습할땐 어떻겠습니까.
대학교 팀들은? 고등학교 팀들은? 중학교 팀들은?
전 아직 대학생 축구 선수들이 어떻게 연습하는지는 본 적이 없습니다만,
고등학교 때와 초등학교 때 저희 학교에 축구부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 운동장은 그나마 흙바닥도 아니고, 그냥 맨  시멘
트 바닥에 자잘자잘한 돌멩이와 흙이 조금 깔려 있던 운동장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태클 한번 했다가는 선수 생명 끝납니다.
안그래도 프로팀에 들어가서 직업 축구 선수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죠.
이런 우리학교 형편에서 강철 선수가 나왔습니다. (저희 학교는 강철  선
수의 모교입니다. 수비왕이라고 불리던 강철 선수 다들 아시죠?)
정말 기적 아닙니까?
고종수 선수 멕시코 전때 정말 잘합디다.
결과론이지만 전반전에 고종수 선수가 때린 중거리슛이 들어갔더라면, 
우리나라가 이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고종수 선수가 축구했던 환경이라고 뭐가 달랐겠습니까.
이런 환경에서 축구하면서 4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했습니다.
피파 회원국이 190여개국이랍니다.
월드컵 본선에는 32여개국만 참여한댑니다.
일본 선수들은 잔디 구장에서 슬라이딩을 하건 재주 넘기를 하건 다치기나
하겠습니까. 다친대봤자 얼마나 다치겠습니까.
우리나라 선수들은 연습할때 슬라이딩 한번 잘못하면 다리 병신됩니다.
일본 선수들 잘한다고요? 네, 무척 잘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잘합니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축구에 대해서라면 그냥 골대 안에 공 많이 넣으면 이기는거라는거밖에 모
르시는 저희 어머님이 TV 보시더니 그러십디다.
프랑스는 왠 운동장에 잔디가 저렇게 예쁘게 자랐냐고. 우리나라 맨날  하
는 말이 잔디 관리하기 어렵다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잔디를 예
쁘게 자라게 관리했냐고. 저기서 축구하면 정말 재밌어서 맨날 하겠다고..
저기서 축구하면 차범근이면(우리 어머니는 차범근 밖에 모르십니다.^^;;)
수십골이라도 집어넣겠다고...
웃었지만, 정말 웃음이 나오는 말입니까.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우리나라
축구가 16강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듣고 울어야 정상
입니다.

멕시코전을 다시 보면서...이런 환경에서 축구하면서도 투지 하나로,   깡 
하나로 축구하면서도 16강 진출해보겠다고 정말 죽을 힘을 쏟는  선수들이
뛰는걸 보면서...다리에 쥐가 나도 뛰고, 엎어져도 일어나서  다시 뛰고,
하석주 선수의 빈공간을 자기가 막겠다고... 한발짝 더 뛰겠다고, 자기가
한발짝 더 뛰어서 1골 넣은거 지키겠다고... 그런 선수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축구가 아무리 결과로 말하는 승부라고 하더라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물론 패인 분석은 있어야 합니다. 스포츠란에 W 를 누르면 나오는 '냉철한
관전평'과 '냉정한 패인 분석' 이 있고, 정당한 비판이 있어야 축구가  발
전한다는건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스포츠란에 게시 올리시는  분들 중
정말 냉철한 패인 분석과 관전 평을 해주신 분 몇분이나 계십니까.
저도 물론 당일날은 분통이 터져서 퇴장당한 하석주 선수를원망도 해봤고
잘하던 고종수 선수나 노정윤 선수를 뺀 차범근 감독을 욕도 해봤습니다.
흥분하셔서 올린 게시는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며칠이 지나고 흥분이 다들 가라앉으셨을텐데, 아직도 차범근
죽어라라는 게시가 올라옵니까.
노정윤 선수 전치 20일이랩니다. 그런데도 이를 악물고 뛰었댑니다.  한번
이겨 볼려고, 월드컵에서 딱 한번만 이겨볼려고 정말 아픈걸 참고  뛰었댑
니다. 그래서 차범근 감독이 뺐댑니다. 이유를 알고 났으면 그동안   비난
했단거 사과는 못할망정 차감독을 믿어주는 마음만이라도 가지셔야 할텐데
어디서 말같지도 않은 불화설을 실은 냄비 언론에 현혹당해 우리 선수들, 
우리 감독을 욕하십니까.

독일:미국 전때 누가 봐도 미국은 독일을 제대로 공격도 못 해보고 패했습
니다. 그런데 경기 끝나니까 미국 응원하던 미국 사람들은 미국  선수들한
테 박수 쳐줍디다. 
그 장면 보고도 눈물이 납디다. 왜 그토록 열심히 뛰던 우리나라 선수들한
테는 아무도 박수를 안 치는걸까. 그렇게 눈물이 나도록, 생피를 흘리면서
아픈걸 참아가면서 뛴 선수들을 향해 격려 한마디 못해줄까. 하고  말입니
다.

황선홍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는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말합디다.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벨기에 전에는 꼭 나오겠
다고...
그런데 스포츠란에서는 황선홍 선수가 꾀병이래느니 어쨌느니 하다가 황선
홍 선수의 통증 이유를 뒤늦게 밝혀내자 아무도 거기에 대한 책임을  맡거
나 사과는 커녕 하다못해 황선홍 선수에 대한 격려 게시도 별로 없군요.

차감독 이하 선수들...정말 이기고 싶을 겁니다.
죽도록 이기고 싶을겁니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한 수 위였지만, E조에서는
약체인 멕시코한테 그렇게 어이없이 패하고 나서 정말눈물 흘렸을 겁니다
하석주 선수의 퇴장만 아니면 이겼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분할 겁니다.
하석주 선수는 더 분할겁니다. 정말...정말이지.

그 선수들이 스포츠란의 게시, 한국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정말  절망할겁
니다. 
그렇게 죽어라 뛰었는데. 심장이 터져라 뛰었는데, 신문에서는 불화설이니
어쩌느니 개소리만 해대고 있고, 한국 국민들이 마음을 합해서 따뜻한  말
한마디, 격려 한마디 해줘도 모자랄 판에 너 죽어라, 너는 왜 병신같이 그
거밖에 못했냐...는 소리만 해대고 있으니 정말 죽고 싶을 겁니다. 다시는
축구 하기싫어질 겁니다.

여러분, 정말 부탁입니다.
차감독에 대한 어떤 루머가 있든, 그가 못 미덥던 간에 일단은 접어둡시다.
아직 두경기나 남았습니다.
솔직히 이기기 힘듭니다.
네덜란드나 벨기에...유럽에서도 축구 강국입니다. 어릴때부터 축구  선수
들을 영웅 대접하는걸 보고 자랐고, 백날 미끄러져도 기분이 좋은 잔디 구
장에서 연습했습니다. 등록된 축구 선수가 수십만입니다. 그중에서 가려뽑
은 최고의 선수들입니다.
그래도 우리 한번 다시 차감독을, 선수들을 믿어봅시다. 
이제 한경기밖에 안 치뤘습니다. 대표팀으로선최악의 악재가 겹과 겹으로
겹치는데도 이를 악물고 뛴 선수들을 벌써부터 죽일놈 살릴놈 하는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맨날 연예인 스캔들이나 파헤치러 다니는 스포츠 신문. 어느 연예인이  누
구랑 사귑네..하는 기사나 쓰는 스포츠 신문 따위는 그냥 무시합시다.
우리 한마음을 다해 대표팀을 응원하고 격려해줍시다.
솔직히 저는 21일 네덜란드전에서 선수들이 열심히만 뛴다면. 정말 멕시코
전만큼만 뛰어준다면 그 장면만 봐도 울어버릴 것 같습니다.
지더라도 정말 원없이 뛰어보게 지켜봐줍시다.
이따위 환경에서도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자책골을 넣었다고  자기네 나라 선수를 살해한 그 콜롬비아의
폭력배들과 다를게 뭐가 있습니까.
정말 부탁드리니, 이제 쓸데없는 루머와 그들에 대한 불신은 잠시 접어두고,
실의에 차있을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해 줍시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동적인 플레이를 하는 그들.
전 그들이 3전 전패를 당하고 오더라도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eh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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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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