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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edel (자유비행)
날 짜 (Date): 1997년11월03일(월) 13시03분49초 ROK
제 목(Title): 차범근 감독 수기 [ 퍼온글]


범근감독 수기 또다시 컴퓨터를 켜며(7회)



  져준 것은 결코 아니다.그러나 졌다.  그리고 이번 일본전결과는 선수들의
잘잘못을 얘기하기 전에 나자신이 끝까지 냉정하지 못했던게 무엇보다 큰 원
인었다.

  특히 최용수가 코뼈가 부러지고 고정운이 근육이 늘어나며 유상철 역시 심
한 타박으로 장딴지가 부어오르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부상사
태가 즐비하게 벌어지자 더욱더 냉정치 못한 결정이 후회된다.

  선수의 부상은 정신력이 흐트러지거나 최고의 컨디션이 아닐때 자주  나타
난다.나 자신이 아픈선수나 컨디션이 안좋은 선수보다는 기량이 좀 떨어지더
라도 완전한 몸을 가진 선수를 내보내려고 하는 이유중 하나도 부상을  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치고 본선진출이 확정되자 "가능한  이번
경기는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던 것인데 그
것은 "한번쯤 뛰고 싶다"는 정신력이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것보다   우위일
것이라는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지난 한주내내 훈련결과가 좋지 않았던
최용수였다.그러나 홈에서의 마지막경기서 그동안 가장 공을 많이 세운 용수
에게 주중훈련이 부실했다고 스타팅에서 제외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목숨
을 걸고 이겨야하는 경우였으면 나 역시 좀 더 냉정했을 것이다.

  지금도 경기에 졌기 때문에 용수의 출장이 아쉬운게 아니라 바로 그런  훈
련상태서 부상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고 잘 알면서 내보낸 나의 냉정
치 못한 결정이 용수의 코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으로 이어지자 바로  그것이
아쉬운 것이다.

  고정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아프고 시합전날도 근육이 한번 뜨끔
했다는 얘기를 팀 닥터로부터 전해들었다. 예전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일텐데
본인이 괜찮다며 기어이 출전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자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모처럼 골을 넣었으니 그 뒤풀이도 하고 싶을 텐데 한번들어가서 소원  풀어
봐라"하는 냉정치 못한 판단으로 출장을 허락했다.

  근육이상은 날씨가 추우면 더욱 위험률이 높아진다.결국 한번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하고 근육부상만 악화되는 결과를 얻고 말았다.경기가 끝나자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호주머니에 돈이 두둑한데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지않고 버
스를 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기가 끝나자 나와 분데스리가 동료였던 오쿠데라가 "차! 아랍에 가서 꼭
좀 이겨주라"며 심각한 얼굴을 지었다.  오늘 우리와의 경기를 이겼으면서도
그다지 좋아할 수 없는 일본의 분위기는 잘 돼서 2위가 된다하더라도 A조  2
위와의 경기, 그게 여의치 않으면 호주와의 경기로 이어져야 하는 숨이 차는
경기일정과 불확실한 앞날이 그들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경기를 마치고 벤치를 떠날때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화
가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젊은 선수들 그야말로 피가 끓는 젊은 선수들을 백수십일씩이나  묶어놓고
허락된 공간과 시간외에는 `자유'라는 게 없는 생활을 견디어준 선수들.그들
은 나에게 오늘의 패배이전에 다른 감독들처럼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프
랑스행 티켓을 일찌감치 선물해준 기특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외출'을 허락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랍에미리
트와의 경기는 감독 선수 팬들 모두가 기분좋게 마무리해 보자는   당부만을
했다.

  지금 팬들은 무척 섭섭하고 아쉬울 것이다. 그 아쉬움은 냉정함을 잃은 나
에게 모두 퍼붓고 우리 선수들에게는 지금까지 숨막히는 생활을 견디면서 일
찌감치 본선티켓을 따낸 수고에 격려와 칭찬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틀림없이
피가 끓는 그들에게는 이제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나 힘든 생
활이었다.





-----퍼온글.. 스포츠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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