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Leisure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portsLeisure ] in KIDS
글 쓴 이(By): FreeBird ()
날 짜 (Date): 1997년06월18일(수) 10시50분27초 KDT
제 목(Title): US오픈 골프의 드라마와 주연들


[조선일보]

   1.2m.  16일 콩그레셔널CC 최후의 18번홀, 어니 엘스(27·남아공)의
볼과홀컵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1.2m 였다. 156명의 선수와 4만의  대관
중이 있었지만, 이 거리가 진정한 의미를 갖는 사람은 단 3명 뿐이었다.
지난 4일간 파란만장한 격전을 뚫고 여기까지 살아서 온 세 사람, 그들
은 엘스와 콜린 몽고메리(32·스코틀랜드) 그리고  톰 레먼(38·미국).
엘스의 마지막 퍼팅이 홀인되면 US오픈사는 97회 대회 우승자로 엘스의
이름을 써넣게 된다.

   94년에 이은 두번째 우승이다.

   터질 듯한 긴장 속에 퍼팅 라인을 읽고 있는 엘스의 옆에  몽고메리
가 서있었다.   그의 머리 속에 3년전의 통분이 떠올랐다. 94년 US오픈.
그때도 몽고메리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엘스와 대결, 연장 사투끝에  패
했었다.  이번에도 4언더파의 엘스에 1타 뒤진 3언더파. 엘스는 그러나
불과 1.2m의 파퍼팅을 남겨놓고 있었다. [저 퍼팅이 들어가면 또  패한
다]는 절망적 상황 앞에서,  몽고메리의 눈은 조그마한 가능성을  쫓아
안타깝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18번홀 그린 바로 옆의 17번 그린. 방금 보기 퍼팅을 마치고  2언더
파로 떨어진 레먼은 작은  호수 건너의 [1.2m]를 바라보았다. [저 퍼팅
이 들어가지않으면 내게도 기회는 있다].   그러나 그 기회의 가능성이
바늘구멍이란  사실은 레먼 자신이 더 잘 알았다. 순간 레먼은  자신의
불운에 대해 생각했다. 2년전, 그리고 1년전의 US오픈에서 레먼은 선두
로 4라운드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간발의 역전패.  이번에
도 2타차 선두로 4라운드에 들어갔지만, 3년 연속 역전패의 악령이  이
제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레먼은 저 원망스런 [1.2m]와 하늘을  번갈
아 쳐다보았다.

   1.2m 앞에 홀컵을 둔 엘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1.2m 퍼팅의 성공
확률은 기술적으로 95% 이상. 더구나 오르막에 브레이크도 심하지 않아
확률은 더 높았다. 그러나 이 순간, 확률이 무슨 소용인가. 1.2m는  너
무나 길어 보였다. 3년전 저기 서 있는 몽고메리를 꺾고 24세의 나이에
US오픈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때가 떠올랐다. [만약 지금의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 평생의 한을 지고 갈 엄두가 나지않았다. 순간, 엘스
의 눈이 결의에 번득였다.   퍼팅의 관건은 백스윙. 직선으로 부드럽게
백스윙된 퍼터가 그대로 앞으로 나오며 볼을 밀었다.

   볼이 1.2m를 굴러가는데는 1초가 조금 더 걸렸다.    1.2m의 거리가
1초 남짓한 시간으로 바뀌는 그 짧은 순간에 세 사람의 눈은  타버리는
듯했다. 굴러가던 볼이 그린 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볼이 홀컵으로
가라앉는 순간, 엘스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몽
고메리와 레먼의 고개는 꺾어졌다.

   이날 엘스는 1언더파를 기록, 합계 4언더파로 3언더파의 몽고메리를
1타차로 꺾고 우승했다. 레먼은 3오버파로 부진, 합계 2언더파로 3위에
그쳤고,  이날 한때 단독 선두로 나서기도 했던 제프 매거트는  막판에
무너지며  합계 1오버파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우즈는 합계 7오버파로
19위에 머물렀다. 

----

      톰 레먼은 모든 것이 끝난 후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17번 홀에
서 물에 빠뜨린 그 세컨샷을 멀리서 받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
겠다}고 했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피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좀 무겁게 스핀을
걸어 쳤는데, 처음엔 의도대로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린에
다 가서 너무 급히 드로가 걸렸습니다.  물을 향해 날아가는 샷을 보면서
나 자신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죽고 싶다는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노먼이 마스터스의 악령에 쫓기는 골퍼라면 레먼은 US오픈의 악령
에 시달리는 선수.

      95년 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4라운드에서 코리  페이
빈에 우승을 내 주고 3위에 그쳤다. 96년엔 4라운드 17번 홀까지 공동 선
두를  달리다 18번홀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친구인 스티브 존스에
우승을 빼앗겼다.올해에도 4라운드의 악마가 나타나 그를 내내 괴롭혔다.

      그의 역대 US오픈 출전 기록을 보면 4라운드 스코어가 1, 2, 3라운
드 스코어보다 2타 가까이 나쁘다.  레먼은 4라운드 징크스에 또 지고 만
것이다.

      레먼은 프로 데뷔후 수년간 밥벌이도 제대로 못하던 대기만성형 선
수. 차츰 실력을 늘려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견실한 플레이를 하는 선
수로 꼽힌다. 특히 드로샷은 가히 세계 최고.   그러나 그 드로샷이 이날
그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

   {17번홀에서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경기후 콜린 몽고메리는 고
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마의 17번홀. 세컨드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
졌으나 천금의 익스플로션 샷으로 볼을 홀컵 1.5m 옆에 붙였다.   파만
지키면 어니 엘스와 공동선두. 이날 몽고메리는 4∼5m의 파퍼팅을 몇개
나 지켜내 1.5m는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17번 그린과 18번 그린은  붙어있었
다. 18번홀을 가득채운 수많은 관중들이 내는 함성과 박수에  몽고메리
는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앞 조의 18번홀 경기가 다 끝날
때까지 퍼팅을 하지 않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 긴 시간은 몽고메리의
파퍼팅 앞에 불안한 예감을 깔아놓았다. 결과는 [역시]였다. 그의 퍼팅
이 홀컵을 스치는 순간, 우승은 물건너가고 말았다. 경기후 엘스는 {내
겐 18번홀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에도 몽고메리는 주위
의 소음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그런 버릇이 이
날 그에게서 US오픈이라는 인생을 걸만한 가치를 앗아갔다.

   US오픈에선 이번으로 두 번째, PGA챔피언십에서 한번. 그는 눈 앞의
왕관을 집어들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톱골퍼 중 몇 안되는 메이저
무관이다.  어쩌면 몽고메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이날의 1.5m 실
수의 악몽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

      18번홀 파퍼팅이 끝나자 타이거 우즈(21)는 멋적게 웃었다.  그 웃
음엔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우즈는 이날 초반  잇단 보기로 우승가능
성이 사라진뒤부터 특유의 눈빛을 잃어버렸다.    타는 눈빛을 잃은 우즈
는 더이상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 같았다.

      정교한 샷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US오픈 필드에우즈는 적합한  선수
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날 2오버파, 합계 6오버
파로 공동 19위.

      마스터스의 압도적  챔피언,  그랜드슬램을 운위하던 공포의 대상,
세계 최고 인기의 스포츠맨,  자필  서명 하나로 수천만달러를 버는 나이
어린 억만장자, 백악관의  초청을 거절한당당한 위세, 모두가 부러워하던
천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US오픈은 타이거 신드롬의 실체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것은 타
이거가 아니라 그 누구라해도 골프를 정복할 수는 없다는 진리에 대한 재
확인이었다.    자신과 싸우고,  상대와 싸우고, 무엇보다 자연과 싸우는
골프에선 전지전능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우즈가 만약 이런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면 그는 잭 니클로스와
같은 진짜 대선수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우즈 파워는 여전히 막강
하며, 프로데뷔후 첫 출전한 US오픈에서 19위면 나쁜 성적이랄 수도 없다.

      그러나 우즈가 깨달은  바가  없다면, 그는 반짝 스타로 끝날 수도
있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