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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fasbet (님의침묵)
날 짜 (Date): 1996년09월02일(월) 20시11분20초 KDT
제 목(Title): [바둑] 동갑내기 대결 


               정용진의 바둑수첩-동갑내기 대결(2회)


  흑번필승(黑番必勝)의 패턴을 재연하며 2대2.  제27기 명인전 도전5번기는
마지막 한판을 남겨둔채 공익근무요원의 신분인 이창호9단이 4주 병영훈련을
떠나면서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승부는 한달여 중단됐을망정 이번 도전기에
서 최명훈5단이 보인 선전은 주라기 공룡의 걸음질처럼 바둑계를 여전히  진
동시키고 있다.

  `천하의 이창호'를 상대로, 그것도 동점타를 터뜨리며 뒤쫓는 것이 아니라
선취점을 올리며 한발 앞서가는 양상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란이었다.
`비(非)4인방'이 이창호9단을 상대로 도전기에서 승점을 올린 것은 94년  김
승준4단 이후 20개월만이다.

  더욱 흑번인 경우 이9단이 못두어서라기보다 최5단이 워낙 완벽하게  닦아
`돌부처' 이창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창호가 세계 최강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도 인간인 이상 완벽하진  않을
겁니다. 창호가 취약한 부분은 포석이라고들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상대가 이
색적인 포석을 들고나오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군요."

  동갑내기 친구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는지 도전1국에서 최5단은 빈   귀를
두곳이나 놔둔채 3수째에 곧바로 걸쳐갔고 이 당돌한 기세에 이9단은 관전자
가 느낄 정도로 `움찔' 놀라는 표정이었다.`마지막 승부'를 남겨둔 시점에서
흑으로 두번을 이겨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백을  들고
이겨내야 정말 잘두는 바둑일 것이다.

  이9단은 지금까지 자기보다 나이많은 선배들과만 싸워왔다.  져도 밑질 게
없었으므로 부담이 없었다.그러나 또래기사들과의 싸움은 다르다.승부세계에
서 쫓기는 자의 부담이란 생각보다 강력한 또하나의 적이다.

  말하자면 동갑친구 최5단은 그 포문을 연 첫 상대이며 그 뒤로 연하의  후
배들이 줄줄이 들이닥칠 것이다.따라서 이번 도전기는 이창호의 장기집권 색
깔이 드러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수 있다.

  80년대 중반 `조훈현독주'를 막을 기대주로 `도전5강그룹'이 갈채를  받았
으나 일인자 조훈현9단은 커녕 당시 2인자였던 서봉수9단의 벽조차 넘지  못
한채 좌초된 뼈저린 경험을 바둑계는 안고 있다.다시 이창호라는 새 독재자(
?)가 장기집권 채비를 서두르는 지금 `신도전5강'의 선두주자인 최5단은  과
연 얼마만큼 일을 해낼 것인지.

'스포츠서울'

너에게도 님이있느냐 있다면 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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