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dfdfdf) <login1.isis.unc.> 날 짜 (Date): 1999년 12월 23일 목요일 오전 12시 46분 15초 제 목(Title): [퍼옴] 김 정란 칼럼 from www.inmul.co.kr 언론개혁 시급하다 - 김정란 현대 사회 안에서 언론의 중요성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멍청한 동어 반복이다. 엄청난 정보가 흘러넘치고, 사람들과 사람들의 관계가 복잡 하게 뒤얽히고, 삶의 모든 소여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현대사회 라는 거대한 용광로 안에서 언론은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고 분석하 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언론이 우리 사회 안에서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한 해, 우리는 온통 치졸한 언론플레이들을 구경하다가 해를 다 보냈다. 다른 나라에서는 20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천년에 대한 비전 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동안, 한국은 <옷로비사건>, <파업유도사건>, < 언론문건파동> 등으로 날밤을 새며 법석을 떨어야 했다. 사안 별로 섬 세하게 다르기는 하지만, 나는 모든 사안들이 한국언론 특유의 센세이 셔널리즘 때문에, 조금씩 본질을 비껴선 방향에서 문제제기가 되었다 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옷로비 사건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개혁의 발 목을 잡으려는 어떤 세력이 유난히 이 사건만 증폭시켜서 필요 이상으 로 센세이셔널하게 몰고갔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그 덕에 왕년에 고문수사를 하던 인사가 민주투사 행세를 하는 희한한 모양도 보아야 했다. 한국처럼 역사의식이 결핍되어 있는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다. 모든 것이 현장에서의 파워 게임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언론, 특히 거대 보수 언론은 정말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한국 언론의 체질을 혁신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의 개혁 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열심히 옷자락으로 맨발로 길을 쓸 어놓으면, 언론이 뒤쫓아오면서 어지럽히는 형국이다. 또다시 처음부 터 다시 쓸어야 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언론이 정보의 중립적 매개 자, 또는 온당한 비판자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정치세력화함 으로써 언론 본연의 영역을 떠나 월권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거대 언론, 그중에서도 특히 조선일보는 언론으로 보아 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집단은 이미 분명한 정치세력이다. 여기에서 나는 그동안 조선일보가 저질러왔던 패악을 일일이 열거하지 는 않겠다. 또 조선일보가 대대적으로 살포하는 이데올로기가 건전한 보수의 탈을 쓴 극우이데올로기라는 것도 굳이 증명할 생각이 없다. 이들이 숭앙하는 것은 실은 이데올로기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들은 < 몰상식>하다. 따라서 조선일보 비판은 한 언론사에 대한 비판이 아니 라, 개혁이라는 시대의 요청을 거스르는 수구적 정치 집단에 대한 비 판이다. 이 언론사가 그들의 주장대로 300만부(판매부수로 언론의 중 요도가 매겨지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기준에 의해 서라면 플레이보이지가 워싱턴포스트보다도 훨씬더 중요한 매체라야 하지 않을까) 판매부수를 자랑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안, 우리 사 회의 개혁은 언제까지나 딴지걸리고 발목을 잡힐 것이다. 지금 <인물과 사상>사 홈페이지에서는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가 <인물 과 사상> 발행인인 강준만 교수와 <말>지 정지환 기자를 상대로 벌인 명예 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계기로 발빠르게 성금운동과 서명운 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반조선일보 독립 도메인을 등록하고, 지 속적으로 이 운동을 벌여나갈 준비를 이미 마쳐 놓은 상태이다. 앞으 로 전반적인 언론개혁운동으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란다. 6.10 항쟁을 성공으로 이 끌어내었던 386세대가 주축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움직 여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아무런 개인적 이익관계도 없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시간과 돈을 기꺼 이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6.10 당시에도 성공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던 것은 화이트칼라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 전과는 달리 눈에 보 이지 않는 인터넷이라는 사이버공간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은 이 미 사이버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실재성을 획득하게 되는지 몸으로 익 히고 있다. 이 시민들은 언론을 이대로 두고는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개혁이 불 가능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계몽된 시민-지식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한번 꼼꼼하게 읽어보 기 바란다. 정말 상당한 수준이다. 지금은 수적으로 미미해 보일지 모 르지만, 이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다. 또한 관념적인 이데올로기 노선 싸움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전시대의 노선투쟁 운동과 다르다. 당부하거니와, 언론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빨리 체질을 바꾸기 바란 다. 시기를 놓치고, 거대한 덩치에 만족해서 물리력에만 의존하려 하 다가는, 어디에서 어떻게 균열이 생겨나 와르르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 다. 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언론이 가지고 노는 만만한 요요 장난감이 아니다. 그들은 기득권의 고무줄에 매달려 밤낮 똑같은 눈가리고 아웅 을 구경할 생각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