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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okMyung ] in KIDS
글 쓴 이(By): starlet (꼬야야요)
날 짜 (Date): 1996년02월03일(토) 02시49분30초 KST
제 목(Title): 나의 향수 이야기 (5) - CHANNEL NO.19



샤넬 19번에 어린 기억은 십여년 전으로 올라간다....
언제인고 하면...국민학교때 이야기이다..
TV 프로 ㅤ중에 사랑을 싣고던가? 그런 프로가 있는거 같다. 추억의 사람을 
찾아주는듯한 내용을 가진 프로다. 그런 프로에 내가 초대를 받는다면 찾고 싶은 
사람이 몇사람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샤넬 19번의 주인공인 국민학교 
5학년때 담임 선생님이시다.
난 어릴적부터 레즈비언 끼가 있나보다. 수많은 추억(?)의 인물중에 남자는 
드무니까......이게 정상인가? 하이가네 그러하다...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애인도 여자가 아니던가?? 흑흑..이슬아..사랑해)

그 선생님께는 항상 좋은 향이 났었는데 비누냄새도 아닌것이 .... 너무 환상적인
선생님만의 향이었다. 어느날 남아서 선생님과 더불어 학급일지를 쓰던 날...
핸드백 속에서 꺼내신 자그만 휴대용 향수병을 처음보았고 그때 들었던 이름이
바로 샤넬 19번이었지....
무엇으로 형용할 수 없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향..선생님같은 향....그당시 내게는 
그러했었다......
그래서 샤넬 19번을 사용할 때면 항상 그 선생님 생각이 나곤 했었다. 잠시 예전의 
그 따뜻하고 아름답기만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런 어느날......
" 너 그거 샤넬 19번이지?? 이야....~~~ 너두 그거 쓰니? 멋진데?? "
향수의 이름을 대번에 맞추는 남자는 속된 말로 밥맛이다.
물론 직업상 잘 알아야하고 향에 익숙해져 금방 알아내는 사람도 있을 테지..
하지만 이건 특별한 경우이고....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은 - 요새는 많이 
바뀌었지만 - 향수의 이름조차 잘 모를텐데 심지어 향까지 대번에 맞출정도면
이건 보통이 아니겠는가..... 바람돌이 수준을 넘어선 경지??
(언제나 내 향수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 동생 조차도 구별을 잘 못하는디..)
평상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할 때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그래서...
"..왜..왜~요오~~???? "
(속으로는)' 어...이 선배 이렇게 안봔는데.....향까지 구별하는 수준이란 말야? '
" 으응....우리 막내이모가 아주 멋쟁이신데 샤넬 19번만 쓰시거든...
그래서 다른건 몰라도 그건 알아...어릴적부터 익숙해져 있으니까...."
막 이모자랑을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우에에엑....~!!@#$%^&*(
이게 누군가......바로 담임이셨던거다....
예전처럼 고운 모습은 아니셨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 얼굴.....
중요한 수업 사이에 책을 받기 위해 잠깐 본게 아니었다면 ...아니..
중요한 수업(기말고사 전 마지막 수업이었던것 같음) 이 아니었다면 가볍게
제끼고 이모 만나러 간다는 선배를 따라 선생님 뵈러 갔을 텐데.....흑흑흑..

그 뒤로 선배와 일년에 한두번 있던 소식도 그나마 끊기고 나니 선생님을
뵐 길은 요원해지고 샤넬 19번에 대한 기억만이 남아 있다...
샤넬의 생일을 따서 19번이라고 했다는 향수....
그래서 샤넬이 무지 좋아했다는 향수......
(마릴린 먼로는 샤넬 5번만 입고 잔다고 했었다던가?)
샤넬 5번이 귀족적이고 우아하다면 샤넬 19번은 캐주얼한 느낌이라 하겠지...
내게는 따뜻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향이란 느낌을 준다.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날이면 청바지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야구모자 쓰고
샤넬 19번과 함께 거리를 걷고 싶어진다.
약간 금속성의 느낌을 주는 플로랄의 첫향에서 부드러운 우드향으로 마무리 되는
샤넬 19번의 느낌.......
지적이면서도 발랄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어울리지 않을까?
우리 선생님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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