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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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Gang ] in KIDS
글 쓴 이(By): kumjiki (琴지기)
날 짜 (Date): 1999년 1월 11일 월요일 오전 01시 33분 10초
제 목(Title): 만남


김건모 3집 '넌 친구? 난 연인'...

3집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어쨌든 그걸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지.

흔들거리면서.

좋아. 정정하지.

뒤뚱거리면서.

5 밀리미터나 커서 새로 산 운동화를 교환하고

삼성 프라자까지 온 김에 지하철로 학교에 가기로 했었지.

아니. 학교는 나중이고 만화 보러 간거지.

일요일이니까.

6시쯤이면 신촌에 떨어지겠다 싶었으니까,

5시 반쯤인가? 을지로 3가에서 2호선 기다리던게?

3호선, 음. 오렌지색깔이 3호선이었던가? 나는 숫자엔 약해서.

그 3호선인가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려고 플랫폼에 서 있었지.

아니, 아까 말한대로, 

뒤뚱거리며 휘파람을 불고 있었지.

왜 갑자기 그 노래가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휘파람을 불면서 다닐 정도로 즐거 웠던 것도 아니지만,

음, 아마, 노래를 부르긴 좀 그러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음. 사실은 가사가 잘 생각 안 난 것도 있긴 해.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휘파람을 불고 있었지. 물론 조그맣게.

그 때였지.

그녀가 다가와서 내 앞에 섰지.

















나는 줄 설 때 앞에 두세 사람 쯤 앞에 세워 줘.

다른 사람을 생각해서라기 보다는 몸싸움이 싫어서지.

그건 버릇이야. 특별하게 뭔가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쩌면 타인을 받아 들이는 게 쉽지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지.

어쨌든 멍청하게 있었어. 휘파람을 불면서.

기다리는 건 지루하거든.

뒤뚱거리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왔다갔다 했지. 때때로 그러듯이.

그녀도 지루한 듯 이리저리 둘러 보더군. 다른 사람들처럼.

기다리는 건 지루하거든.

그러다가 언뜻 나를 봤어.






나는 지하철을 기다릴 땐 주위 사람들을 구경하지. 특히 여자. 헷헷.

예쁜 여자, 음, 나는 귀여운 여자도 좋아하지만,

그런 아가씨가 근처 자리에서 타고 가면, 가는 동안 안 심심하거든.

물론 서 있을 때 얘기지.

앉아 있을 땐 노골적으로 노려 보는 아줌마의 무서운 눈길을 피하기 위해

자는 척 해야 하거든. 음. 실제론 졸게 되어 버리지.

오늘도 3호선에서 졸다가 문득 앞을 보니 왠 아줌마가 바짝 붙어서

이놈아 자리 내놔라, 이놈아 자리 내놔라, 하는 염파를 보내고 있더군.

조는 척 한다고 혼 났네.

나도 나쁜 놈은 아냐. 짐이 많거나 아기가 있거나 연로하시거나 등등일땐

눈치를 보면서 양보하지.

왜 눈치를 보냐고? 그게 나는 낯선 사람 대하는 게 서툴러서,

양보라기 보다는 그냥 일어 나는 거그던.

그래서 자리 노리는 아줌마의 위험도와 

일어 섰을 때의 뻘쭘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런 때를 노리는 거라고 할 수 있지.

음. 얘기가 옆으로 샜군. 어쨌든, 플랫폼에서 언제나 처럼 그러고 있었지.

그런데, 그녀가 날 본 거야. 휘파람 불고 있는 걸.

그리고선 앞을 보며 지하철을 기다리더군.

나는 그냥 휘파람 불면서 뒤뚱거렸지.

심심하잖아.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한 참이나 기다리고 있었지.

그녀가 다시 살짝 돌아 보더군.

음. 아마 두세번쯤 그런 것 같아.

그러더니 휘파람을 부는 것 같더라구.

그래, 그 입 모양은 분명히 휘파람 부는 그 모양이었다구.

옆으로 살짝 나를 보면서.











와. 이 얘기를 벌써 30분이 넘게 하고 있네.

음. 그래서, 왠지 조금 쪽 팔리더라구. 음.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그냥 앞에 보면서 휘파람을, 그것도 조그맣게 불고 있었던 것 뿐이라구.

그래서 서성거렸지. 여기저기 보면서. 힐끗 그녀를 보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김건모의 '넌 친구? 난 연인'을.

그러고 있자니 지하철이 오더군. 휴일엔 배차시간이 그렇게 길어지나?

사실, 을지로 3가에서 신촌까지는 몇 정거장 안되그던.

음. 그게 몇개더라? 한 다섯개되나? 하여튼.

지하철 타고 서도 그녀가 앉은 자리를 기웃거렸지.

아깐 뒤통수밖에 안 보여서 잘 몰랐는데, 귀엽더라구.

듣자하니 귀엽다는 말이 심려를 끼치는 외관이라는 말을 돌려치는 거라고

항간에서는 그러던가 보던데, 귀여운 거는 진짜로 귀여운거고,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귀여운 여자 좋아한다니까.

물론 내 기준이지.

그런데, 벌써 이대역을 지난거야. 우앗. 벌써.

이제 말을 건네는거야. 좀 유치하긴 하지만. 아니, 상당히 유치하지.

그리고 역할이 뒤바꼈지. 하지만 어쩌겠어? 이거 말곤 없는데. 

"저, 이번에 내리는데요."











가만있자. 이대앞 역이 뭐더라? 연제? 아닌데. 그건 부산에 있는거고.

어쨌든 그 때쯤부터서 나는 내리는 쪽 문 앞에 서 있었지.

그녀는 반대쪽 자리에 앉아 있었고.

차창 유리창에 반사되어서 잘 보이는 자리지.

나는 문 앞에 바짝 붙어서기 때문에,

또 차창밖이 어두워서 비친다지만 유리라서 그리 잘 비치는 것도 아니라서,

눈이 마주친다고 해도 진짜 마주치는 건 아니니까,

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지 실험을 안 해 봤군... 이런...

그러고 보고 있었지.

신촌역이 되어서,

안내 방송이 나오고,

문이 열리고,

옆 사람이 내리고,













나도 내렸지.

나오면서 그녈 봤지.

창틀에 가려서 표정이 안 보이더군.

발밖에 안 보였어.

지하철은 문을 닫고,

떠났어.

나는 그 때야 깨달았지.









* 이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진짜일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중 다음 응모자 자격에 해당되시는 분은

  메일을 보내 주세요. 추첨을 통해 밥 한끼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 응모자 자격 -

  응모자는 다음 모든 항을 만족하여야 함.

   1. 성별이 여성인 자.

   2. 현재 미혼인 자.

   3. 현재 사적으로 친밀히 교제하는 남자가 없는 자.

   4. 외모 단정한 자. 단, 기준은 추첨자 내부 기준.

   5. 품행 방정한 자. 단, 기준은 추첨자 내부 기준.

   이상.

   참고로, 추첨자 내부 기준은 규칙상 공개하지 않으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 재밌스셨습니까? 네? 집어 치우라구요?

  T_T 넘 하시는군요. 

  지금까지, 琴지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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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이 이전과는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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