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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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seug) <211.196.187.41>
날 짜 (Date): 2001년 2월 25일 일요일 오후 09시 03분 49초
제 목(Title): Re: 내동생..


지난 17일은 동생이 떠난지 1년이 되는 날,
새벽부터 고속도로를 달려 
이제 동이 막 트기 시작하는 소백산맥의 한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화장을 하고 남은 동생의 하얀 유골분을 
바람결에 날려 보낸 곳입니다.

앙상한 늙은 소나무, 
마른 이끼로 덮힌 바위, 
차갑고 거센 바람,
그날은 참으로 외롭고 슬픈 풍경이었는데,
오늘은 온통 하얗게 눈에 덮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날의 제 쓸쓸함과 서러움을 같이 겪어주었기 때문인지
나무도 바위도 조금은 푸근하고 정겹게 보였습니다.

들고 온 몇 가지를 바위 위에 차려 놓고
절을 했습니다. 

제사 음식이라고 거창하게 격식을 차리지는 못했고, 
그저 과일 몇 가지 떡 초코파이 등등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왠 초코파이?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겠군요.
초코파이에 얽힌 추억이 몇 가지 있답니다.


그러니까 훈련소 종교활동에서 운 좋게 동생을 만난 날,
저는 이미 훈련이 끝나고 자대 배치를 기다리고 있던 때라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었습니다.
또 비록 정해진 짧은 시간에만 가능하지만
PX(군대 매점)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이 
훈련소에서 구르고 있는 훈련병 입장에서는 얼마나 대단해 보이는지
군에 다녀온 분들은 잘 아실 테지요.
동생은 동료에게 자랑스럽게 저를 소개를 했고,
그들이 제게 경례를 붙이는 것을 보며 으쓱해 하더군요.

짧은 시간의 해후가 끝나고
각자의 중대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
이제 아마도 2년 후 제대하기 전까지는 볼 수 없을 테지요.
뭔가 줄 것이 없나 생각해 보니
혹시 동생을 만날까 싶어 호주머니에 넣어 둔
초코파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PX 출입이 금지된 6주 동안의 훈련병 시절
그 별것 아닌 초코파이가 얼마나 먹고 싶은지
아마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니 엉망으로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맛있게 잘 먹더군요.
초코파이를 먹으며 행복해 하던 동생의 모습이 
그리고 씩~ 웃어주던 그 눈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좀 더 오래된 추억 하나 더 얘기할까요?

초코파이를 처음 먹어 본 것은
누나가 유치원 다닐 때이니까
저는 5살 동생은 3살 때입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초코파이 한 상자가 들어왔었죠.
저랑 한 산 터울의 누나는 나이 답지 않게 매우 의젓해서
그 초코파이 한 상자를 어디에다 잘 감춰두고
하루에 3개씩만 꺼내서 같이 나눠먹었습니다.
겨우 초코파이 하나로 그때는 하루 종일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초코파이를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짐작은 하지만
동생과 나는 찾으려 하지 않았고
그냥 골목 어귀에서 같이 놀면서
유치원에서 돌아올 누나를 기다리곤 했지요.

한참을 놀다가 저만치 누나가 보이면
동생과 나는 우와~ 하고 달려가
누나 손을 하나씩 붙잡고
빨리 초코파이 먹으러 가자고 집으로 이끌었지요.

동생과 누나와 셋이 같이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으며
행복해 하던 그런 때는
이제 다시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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