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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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tseug) <164.124.165.113> 
날 짜 (Date): 2001년 2월 15일 목요일 오전 01시 36분 54초
제 목(Title): Re: 내동생..


동생에 대한 추억

내가 군대 간다고 휴학했을 때 
형이 가면 나도 가겠다고 하더니 
결국 동생과 나는 한달 간격으로 군에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9월 21일 입대하던 날 
아침밥 먹고 이발소에서 짧게 머리를 깍고서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연무대로 출발하려니 
동생이 혼자서 입소대 정문 앞까지 말없이 따라와 주었습니다.

입소대 정문 앞에서
녀석은 내 걱정 때문인지
'형 잘가'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더군요.

아무 말 없이 씩~ 웃어주면 주먹을 한 방 먹여 주고
뒤돌아 보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 들어갔었죠.

하지만 입대하는 나의 막막함과
곧 뒤를 이어 입대할 녀석의 좋지 않은 건강 걱정에
발걸음이 참 무거웠었습니다.


10월 24일 동생이 입대하기로 한 날
저는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잇었습니다.
정상까지 기고 뒹굴고 달려 올라가 잠시 갖는 휴식 시간
지금쯤 동생은 입소대에 도착했겠구나 짐작되더군요.

그주 주말 문득 
훈련병 종교 활동에 가면 동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우리 둘 다 종교가 없지만
동생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으로 종교 활동에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교회, 성당, 절 어디로 가야 할까요.

첫주는 교회에 나가 봤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주는 이미 제 훈련이 끝나 마지막 기회.
성당? 절? 
불안한 마음으로 절에 갔는데
천만 다행으로 저 멀리 앞에 미리 와서 앉아 있는 동생의
뒤통수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 똑 같은 군복 입고 모자 쓰고
똑같이 빡빡 민 몇 백개의 뒤통수들 중에서
동생의 뒤통수를 한 눈에 찾아 내다니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죠.

옆에 앉아 동생의 손을 잡고
그새 벌서 수척해진 녀석의 얼굴을 보니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녀석이 씩~ 웃으며
아무말 없이 저에게 주먹을 한방 먹여 주더군요.




지난 겨울 동생은
새옷을 벗어 잘 걸어 놓고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났습니다.
녀석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이 아직도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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