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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jusamos (주세이모스�`)
날 짜 (Date): 1994년08월01일(월) 16시18분02초 KDT
제 목(Title): 피앙세를 찾아서9. 죽어야 사는 여자...





2학년 1학기가 중간쯤 진행되었을 땐가....과친구의 소개로 한 여학생과 소개팅을

했다. 그날은 화창한 토요일....

두시에 만나서...이런 저런 얘기를 시작한다...자기 소개...취미, 호구 조사,

좋아하는 음식, 영화 얘기, 음악 얘기... 이렇게 시작한 얘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연예인 험담하기, 별 재미도 없는 우스개 소리, 신세 한탄, 등등의 이상한 쪽으로

새기 시작했다...

그날 그 녀와 나는 장장 7시간 30분 동안이나 대화를 했다...나중에는 눈이 핑핑

돌아버리고 힘도 쭉 빠지고, 헥헥거리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나의

순진함에 있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기 시작하고도 1시간 남짓 흘렀을까....그 여학생은 다짜고짜...


        "난 죽어야 되요..."


윽, 이건 무슨 소리...이거 나한테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거 치고는 상당히 강도가

세다...


        "아니 왜 이 좋은 세상에서 죽어요???"


사실 좀 염세적인 나는 그에 맞장구를 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정말 죽으면


내 책임이 되서...영혼 결혼식을 하자고 그 녀의 부모님들이 덤벼들까봐 즉시

반론을 했다.


        여자 -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날 안 좋아해요..맛있는 반찬도 다

        오빠, 동생 주고, 난 관심도 없고..."

        나 - "그럼 둘째신가요??"


음....둘째되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둘째는 첫째에 비해 부모님의

사랑을 못받고 사랑을 받기 전에 바로 동생에게 빼앗기기 때문에 성격이 모난 데가

많다고 한다. 과연 사실인지.....글쎄...드라마를 보면 둘째는 항상 문제아 내지는

차가운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그 녀 역시 둘째였다. 야....이거....골치아프게 되었군....

난 장장 6시간 동안이나 그녀에게 매달렸다...제발 죽지 마세요....

왜 그랬을까....내가 왜 매달렸을까....





이런 재미없는 내용을 쓰는 이유는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만 볼게 아니라, 여기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지금와서 냉철히 생각해보면

그녀의 그러한 행동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가지고 발생한 것이다.


        1. 맘에 안드는데 미친 척해서 정 떨어지게 만들자...


그러나, 난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그 매서운 눈초리와 뾰족한 턱에서 이미 정을

붙일 수가 없었으며, 말투 역시 끝이 딱딱 끊어지기에 더욱 정이 떨어지고 있었던

상태였다...나의 말투는 좀 어눌한 거 같으면서도 끝을 약간씩 끌기에 어쩌면

상대방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건 오해인데...


        2. 에이..맘에도 안드는데 장난이나 치자...



음...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 녀도 그렇게 할 일이 없었을까??

맘에도 안 드는 사람과 6시간동안이나 죽내 사내 하고 장난칠 정도로 그렇게 할

일이 없었을까??? 난 할일없어도 그런 할일없는 짓은 안 할텐데....그래도 난

계속 매달렸으니(?) 아마 그 쪽에서 지쳤을 꺼야....


        3. 동정심을 유발하자...


음...이거라면 나한테는 금상 첨화겠지만, 아까 말한바와같이 너무 강도가 세다.


        4. 원래 그렇다.


그래...이거...둘째는....하지만, 나중에 주선자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이건

아니다...그 앤 원래는 착하고 재미있는 애란다. 하지만 난 너무 재미없었던

시간이었다.




소개팅에 나가서 짝만 만나면 되는게 아니다. 짝을 만나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가서 은연중에 서로 호감을 가질 수 있어야만 성공이다.

따라서 그 소개팅은 중간에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죽겠다는 사람을 다음에

누가 만나?? 만나면 죽겠다는 소리뿐인데....그리고 그거 말리는 사람도 그렇지.

어쩜 그걸 6시간이나 듣고 말리고 앉아있어...지독한 사람들....멍청한 건지...

난 순진한 거라고 박박 우기지만, 그래도 안 믿는 사람이 더 많다...순 찐한

사람이라나????




당연히 그 날의 결과는 꽝이고, 난 전화번호도 안 물어보았다. 내가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인생에서 반반씩 차지한다는 것...

언제나 좋은 일 이후엔 나쁜 일이 오고 그 다음엔 좋은 일...또한 내가 딱지

맞고 버림받고 나선, 다음에는 딱지 놓고 차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언제나 사람들은 제짝을 찾지못해 우왕 좌왕....항상 생각하는 것은...




        "왜 내가 좋아하면 날 싫어하고, 날 좋아하는 애는 내가 싫을까???"


공감하는 사람 손들기...

그런 생활이 끝나는 순간....피앙세는 나타날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피앙세다 생각해도 시간이 지나면 차차 식어가는 사랑...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

몰라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가지 절실히 느끼는 것은 10%의 확률로 킹카는 나타난다는 거...

다른 사람이 뭐라해도 나한테는 킹카인 사람이 적어도 10번에 한 번은 나타났다.

에...그러니까..한 5명 정도....소개팅과 미팅에서만...



세상은 넓고 이성은 많다...지금 짝을 못 찾아 외로운 분들은 이점 깊게 생각하고

항상 노력하시길....






어딘가에 있을 나의 신부를 찾아서...

        Written by      JuSamos(Vidania in 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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