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10월03일(월) 21시09분30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12)!!! 헤헤... 계속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 기냥 얘기의 첫머리가 안잡혀서리... 기럼 이제 영덕으로 갑시다. :) 하하... 웃긴다. 그냥 왼쪽이 바다일 것이니까, 왼쪽으로 난 길로 걸었는데... 얼마가지도 않아서 풍경이 확 바뀐다. 어릴 적 외가에 가는 기분이다. 길은 어느새 전형적인 시골길이다. 쌀도 다 떨어지고 해서 라면을 몇개 샀다. 오늘부턴 매 끼니를 라면으로 때워야 한다. :) 가게도 완전 시골의 구멍가게다. 라면은 그 이름도 유명한 삼양라면!!! 비포장 도로에 사람도 드문드문... 종종 경운기도 지나간다. :) 한 이삼십분을 걸었나??? 왼쪽엔 드문드문 집들이 있고, 오른쪽엔 강이 고즈넉히 흐르고 있다. 마치 지금 여행을 하는 내 마음처럼... 뭐 그리 급할 것도 없고 유유자적하게... 내가 그 강을 바라보듯, 자기도 사람들을 구경하며... 유람나온 한량마냥 그렇게 흘러간다. 그 언저리에 사당 비스무리 한게 있다. 내가 뭐 급하랴? 거기에 잠시 올라본다. 사당이 아니고 일종의 정자인가 보다. 그리 높지도 않은 위치건만... 오히려 유유히 흘러가는 강과 그 정취가 어울린다. 게다가 저기 시선이 끝나는 그 곳까지 강을 볼 수 있고... 강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며 흘러가고 있다. 맑은 가을하늘 아래 한점 두점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이랑... 막걸리라도 한잔씩 주거니받거니 하나보다. 에구 나도 한모금 주지, 쩝쩝... 입맛만 다신다. 그렇게 유유자적하게 옛 한량의 흉을 내다 다시 길을 떠난다. 다시 한 십분을 걸었을까??? 갈매기의 그 유명한 건망증이 나와서까지 빛을 발한다. :< 으그~~~ 지도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디서 흘렸지??? 길에서 배낭을 다시 풀어서는 다 뒤져보고... 어제 트럭에서 내릴때도 확인을 했었는디... 어디서 맨 마지막으로 지도를 봤더라??? ?? ??? !!! 아차! 히히... 에고 역시 요 돌대가르... :P 그 정자에 놔두고 온 것이었다. 뭐 그래도 누가 가져가랴??? 다시 길을 올라가는 발걸음도 옆에 강의 영향인지... 느긋하다. 역시 제자리에 고이 모셔져 있다. 히히... 요 지도를 잊어버리면 유람길이 쪼까~ 피곤해질 뻔 했다. :) 다시 또 길을 떠난다. 참 시골길은 요상타! 요놈의 도시란 데는, 내 고향 부산이나 요기 서울이나... 첨에는 몰라도 조금만 가다보면 여기가 거기고 거기가 여기고... 똑같아서리 불쌍한 갈매기는 아직도 시내나가면 헤메는디... 히야! 나와서 그럴까??? 풍경은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것이 지루하질 않는 거다...!!! 한구비 돌아서면 저기 바다가 보이고... 또 한구비 돌아서면 저너머 바다가 있을텐데 요놈의 나즈막한 산이 시야를 막아서고... 갈매기랑 바다랑 마치 숨박꼭질을 하는 것 같다. :)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에구? 하하... 갑자기 폭포가 나타난다. 웬 폭포냐구요??? 헤헤... 상수원이더라구요. 그 왜 한 1미터쯤 되는 폭포요. :P 흐흐... 요런 걸 과장법이라고 하든가??? 에구 어쨌든 거기서 쉬기로 했다. 음음... 요건 비밀인데요. 히히 거기서 라면 끓여먹었어요. :P 기래도 발은 안 씻었어요, 거기선... 그 밑에 가서 씻고 코펠도 씻었어요. :) 햐! 밖에서 끓여먹는 라면은 역시 맛있어요. 커피도 한잔 했으면 싶었지만... 별수 있남요? 기냥 참아야지. 다시 그렇게 한참을 갔죠. 이제 바닷가가 나왔어요. 하하... 바다의 짜한 냄새가 아니고... 솔직히 생선비린내가 훨씬 더 심하게 와 닿았죠. 게로 유명한 영덕이라 그런지... 일단 시장이 먼저 나오더군요. 음... 영덕게를 한마리 먹고도 싶었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담에 돈갖고 여행할 때는 실컷 먹으리라 다짐하고 말았죠. 그리곤 잠시 바다를 구경했지만... 냄새가 좀 심해서리... 다음으로 향했어요. 다음은 월촌이지요. 월촌으로 가는 길에 다시 국도가 나타났다. 마치 끝이 없을 듯 뻗어있는 길! 그건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가슴속에 와 닿는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이차선 도로에... 저너머 길이 하나의 점으로 변해버린 곳의 양쪽엔 산이 하나씩... 마치 길을 호위하는 병정들처럼 서있고... 가을인가???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흰색... 분홍색... 붉은색... 색색의 코스모스... 서늘히 부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고... 송글송글 조금씩 솟아나는 내 이마의 땀도 식혀준다. 가끔씩 지나가는 트럭이며 자가용차에... 흠뻑 흙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차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보기 어려운... 길가의 코스모스를 난 깊숙히 즐길 수 있었다. 뒤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길들은 저~만치 있고... 내가 걸어야할 길도 저만치 있다. 가도 가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이 길! 그러나 그 길을 걷는 내 마음은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마치 진짜 갈매기가 된듯이... 지금은 바다가 보이진 않지만... 어쩌면 또 저기서 한구비 돌면 다시 날 반길지도 모른다. :) 그래! 어쩌면 내 인생길에서도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는게 더 행복한 지도 몰라... 한참을 가다보니 이젠 집들도 안보인다. 다만 지나가는 차들과... 구름과... 내가 걷고 있는 이 길과...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코스모스와... 그리고 나! 산길을 걷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고래고래 잘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도 불러본다.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부르다... 산길가의 이름모를 부대의 군인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여행하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푸른 제복의 사람들... 나역시 함께 손을 흔들어 준다. 그렇게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월포 1km 안]이란 푯말앞에 서게 되었다. 마을로 접어들기전 작은 언덕이라기에도 뭣한 곳에 잠시 들어갔다. 오늘은 어쩌면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 지도... 너무 유유히 온 탓인지 벌써 4시가 다 되어간다. 마침 두개의 무덤이 적아 적당한 간격을 두고 누워있으니... 그 사이에 자면 바람을 조금 피할 것도 같다. 게다가 무덤가가 으레 그렇듯 볏짚도 조금 있고... 잠시 쉬었다가... 월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갔다. -- 히유 힘들다. 에구 팔이야... 그제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팔이 좀 아프네요. 오늘은 이정도만 써야... 음... 근디 중노동에 비해 재미가 좀 없다, 내가 생각해도... 그래도 갈매기가 걷던 그 길들을 상상하실 수 있다면 조금은 재미가 있을 거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