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yslee () 날 짜 (Date): 1994년07월29일(금) 13시33분56초 KDT 제 목(Title): 난 '형'이 좋다. 난 모든 선배에 대해서 '형'이라 부른다. '선배', 또는 '오빠'라고 부른 적은 없다. 나이가 좀 많고 선후배를 따지기 뭣할 때는 (나이는 많은데 연차가 아래이고,� 그 이전에도 선후배 관계가 없을 때) **'씨'라고 부른다. 친오빠도 아닌데 '오빠'라고 부르긴 싫었고, '선배'라고 부르는 건 왠지 먼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불렀다. 내가 학부를 다니던 80년대 초에는 (아, 옛날이여.)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사람은 눈씻고 찾아도 찾기 어려웠다. 다들 '형'이라고 불렀다. 물론 남자들은 그 호칭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이 많았지만 뭐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요즘은 내 여동생을 보더라도 '오빠'를 예사스럽게 사용한다. '오빠'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것은 남녀공학대학에 여학생들이 많아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석사 과정에 들어와서 만난 여대 출신들이 그전까지는 오빠라는 호칭을 썼는데 곽원 들어와서 '형'이라고 바꾼 걸 보면... 여자들이 많은 상태에서 오빠라고 쓰는 것은 부르는 사람들이 소수가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들리고, 여자들이 적을 때는 '오빠' 라고 부르면 그 집단에서 특별히 '여자'라는 것이 눈에 띄게 되어서가 아닐까. 요즘 우리 실험실에 들어온 여학생은 '선배'를 쓴다. 아마도 '오빠'라고 부르다가 '형'으로 바꾸기는 싫고 여자는 너무 없으니까(우리 실험실엔 여자가 나와 그 후배뿐이다.) '선배'를 택한 것 같다.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뭐, 여학생들이 많아져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나쁠 것도 없지만 난 왠지 아직도 '형'이 좋다. 처음엔 좋아서 부르기 시작한건 아니였는데 자꾸 사용해서 그런지 지금은 '형'이라는 호칭이 어감이 따뜻하고 정겹다.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친척 오빠에게까지 '형'이라고 부르기 일쑤였고, 한번은 어렵지 않던 교수님께 실수한 적도 있다. 다른 형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 교수님은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 남녀 구별없이 부르는 연장자에 대한 호칭으로 '형'이 좋을 것 같은데 왜 남자들은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여자 동서지간에 부를 때도 '형님'이라고 하는 걸 봐도 그렇고, 근대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보면 '형', '성'(사투리)라고 부르던데. '형'은 일제시대의 잔재라는데 정말이에요, 주세이모스님? 하긴, 우리 여자들이 '형'을 쓴다고 여자 연장자에 대해서 '언니'를 쓰던 남자 동기들도 있었다. 그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2년내내 그 호칭을 썼고 아마 지금도 그렇게 부를거다. 장난 반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뭐 역시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니까. '형'이든 '언니'든 성별 구별없는 호칭을 원하는 ysl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