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30일(금) 07시26분08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11)!!! 너무 길죠? 근데 저에겐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이라 길어질 수 밖에 없어요. 한번에 제법 많이 쓰고 있는데도 제 생각엔 한 14편까지, 그러니까 7편부터니깐 총 8개 정도... 더 길지도 모르고 더 짧을 지도 모르지요. :) 그래도 제 기대보단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있으니 끝까지 써 볼께요. :) 그럼 계속해서... 7년전으로... 차에서 내린 후 둘러보니, 지금 내가 내린 곳은 마을 입구의 주유소 건물이 있는 곳이다. 원래 계획과는 많이 틀려서 벌써 10시라 깜깜하다. 일단 밥을 해먹어야겠는데 적당한 장소가 안보인다. 도시라기엔 한적하지만... 그렇다고 시골이라기엔 집들이 양식이라... 떠돌이가 쉽게 들어가서 '마당에서 밥 좀 해먹읍시다'란 말은 영 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게 잠시 둘러보는데... 찾았다! 길건너에 불빛이 반짝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보니 [영월 여자 중고등학교]란 팻말이 있다. 아마도 여기도 고3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나보다. 학교로 올라가서는 건물 뒤쪽의 수돗가로 갔다. 흐흐... 학교에서 그런 곳에 수돗가가 있다는 건 뻔하니까... 마치 좀도둑처럼 조심조심 밥을 해먹으려 쌀을 씻고 있는데... 갑자기 '키득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위를 쳐다보니... 아뿔싸!!! 여고생들이 죽 늘어서서는 구경을 하고 있다. :) "아저씨! 여행중이세요?" 갈매기는 고개만 끄덕끄덕... 그러더니 불을 켜준다. 아하! 가로등이 있었구나!!! 후훗!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고3이면 갈매기랑 한살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그때는 영 어린애로 보여서... 하긴 걔네들도 그랬겠지... 엥??? 근데 아저씨라니!!! :( 밥이 다 되어갈 때쯤 소란스럽더니 학생들은 다들 집으로 간다. 모두들 복도를 내려오면서 갈매기를 구경하며 키득거리면서... :) 혼자 밥을 먹으면서... 여기 아무 교실에서 몰래 자구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부시다. 누가 랜턴을 얼굴 정면에 비춘 거다. "누구요?"라는 걸직한 목소리... 우와! 떡 벌어진 어깨의 아저씨다. 여행중이라니까 일단 먹던 밥부터 다 먹으란다. 뭐 인상은 좀 험상궂게 생겼지만... 숙직 선생님 같아서 난 아무 걱정없이 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 선생님은 흐흐... 역시 예상대로 체육선생님이셨다. 무전여행(사실은 소전여행) 중이라니까 쉽게 믿지 않는 눈치다. 대학생이냐고 묻더니... 학생증을 좀 보잔다. 솔직히 여기서 학교덕 봤음! 서울대생인 걸 확인하시고선 말투부터 달라지셨다, 아주 부드럽게... 요즘도 무전여행 하는 사람이 있냐시며... 그래서 사실은 8천원은 들고 여행을 시작했고 아직 한 2천원은 남았다고 했더니.. 그게 무전여행 아니냐고 그러시며 허허 웃으신다. 어디서 잘 거냐고 물으시기에... 침낭은 있기에 그냥 학생들 오기전에 아무 교실에서나 자다가 갈 생각이었다고... 바람도 막아주지 않냐며 웃었더니... 그 선생님은 요즘 대학생 답지않게(?) 무전여행을 한다며 나를 무지 대견하게 생각하시는 거다. 그러시며 자기 대학생때 여행하던 얘기를 해주시다가... 숙직실에서 자라고 그러신다. 대신 학생증은 맡겨놓고 내일 찾아가라며... 어제 옷 다 껴입고도 침낭에서 얼굴만 꺼내놓고 자면서도 제법 추워서 고생을 좀 했었는데... 이야 숙직실은 너무 따듯했다. 불까지 때는 것이었다. 와~~ 무지 황송!!! :) 웬 생각지도 않은 호강인가? 그 날도 도연이에게 편지를 쓰고는 따듯해서인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아님 여행중이라 그런지... 7시도 채 안되어서 일어났다. 더 자지 그러냐는 선생님 말씀에 잠도 푹 자서 몸도 개운하다며 아침 지어먹고 가도 되냐고 여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쌀로 아침을 지어먹고는 덕분에 바라지도 않게 푹 잤다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진심이었다. 따듯한 방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배웅해주시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났다.(물론 학생증은 받고...) 이제부터는 해안을 끼고 여행이다, 도보로... 하긴 지금까지도 동해안을 끼고 여행했었지만... :) 일단은 게가 유명한 영덕으로 가기로 했다. -- 하하하... 무전여행이라고 해놓고 엄청 호화판이죠? 무전여행중에 숙직실에서 잔 사람 누구 있어요??? 근데 그 선생님은 어디서 주무셨는지 무지 궁금??? 어쩌면 안 주무신 것 같기도... 인상은 험악하셨지만... 역시 따듯하신 분! 하지만 그 학교 여학생들이 보기엔 무지 무서운 분이셨을 듯! 참! 혹시 이 글 읽는 분 중에 영월 여자고등학교 나오신 분 있나요? 그 때(1987년) 고3이셨던 분 중에선 어쩌면 갈매기 본 분도 있을 듯 하네요. :) 아차!!! 지금 생각해보니 갈매기가 잘못 쓴 것 같네요. 거기가 영월이 아니고 영덕이었어요. :( 그리고 영덕 여자 중고등학교였구요??? 오래 되서리 영월인지 영덕인지 지금도 헷갈리지만... 으~~~ 이 한심한 기억력!!! 영월이 왜 거기있냐??? 그러니까 영덕에 내려서리... 영덕 해안가로 간 거예요. 에구에구에구 요 돌대가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