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25일(일) 05시35분25초 KDT 제 목(Title): 보고픈 케리... 날아라 병아리란 노래를 들으면 어릴 적 내친구 케리가 생각난다. 케리는 검은 털을 가진 잡종견이다. 덩치는 어른만한게 진도개 잡종이라 그런지 참 영리했다. 갈매기의 기억에 아득한... 내가 그런대로 넘어지지 않고 아장아장 걷던... 너댓살쯤 되던 그해에... 케리는 나의 소중한 친구였고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그때 우리집은 부산교외에서 양어장을 하고 있었고... 집에는 물고기만이 아니라 토끼에... 그리고 나의 무서운 천적, 오리도 키웠다. 오리가 너댓마리쯤 되었던 것 같다. 어릴 적 혼자 집을 볼 때면 난 그 오리들이 너무나 무서웠다. 나의 눈높이와 오리의 부리가 거의 같은 높이다. 부리를 둘러 날카롭게 솟아있는 오리의 이빨은 나에겐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 오리들은 나를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내가 도망가면 계속 쫓아온다. 꽥꽥거리며... 도저히 도망칠 수가 없었다.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쫓아오는 오리들! 그런데 이 오리들이 집에 다른 사람이 있을 때면, 혹은 주위에 나말고도 사람이 있을 때면 절대 그런 짓을 안하는 거다. 그 날도 혼자 집을 보게 되었다. 사실 집을 봤다기보단 고개너머 외갓댁에 다들 잠시 다니러 간거였다. 닭에게 모이를 주고 귀여운 토끼에게도 먹이를 주면서 구경하고 있는데... 또 내가 혼자인 걸 보곤 이 오리군단이 괴롭히는 거다. 난 마구 도망갔지만... 도저히 이 오리들을 따돌릴 수가 없었다. 지치고 다리가 아플 때, 난 소리쳤다. "케리!" 그건 거의 울먹이는 소리였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케리는 내 목소릴 들을 거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용감한 케리는 금새 달려왔다. 오늘은 케리도 없는 줄 알고 나를 괴롭히던 오리군단은 케리의 등장에 벌써 대열이 흐트러지고... 케리는 내앞에서 엎드린다. 난 케리의 등에 올라타고... 내가 올라타고 나면 케리는 내가 떨어지지 않을 속도로 천천히 움직인다. 이젠 나와 케리가 오리를 쫓아간다. 그러나 역시 잡지는 못한다. 케리는 다만 주인을 겁준 오리들을 이리 저리 쫓을 뿐... 내가 떨어지면 안되니까 절대 빨리 움직이지는 않는다. 참 신기하게도 케리는 나를 태워주는 걸 귀찮아하지 않는다. 낯선 시골에서... 외가에 그냥 놀러올 때는 마을 애들이랑 별로 얘기할 일도 없어서 몰랐는데... 도시에서 자라 피부가 하얀 내가 그 동네로 이사갔을 때... 아이들이 담밖에서 나를 가리키며 뭐라고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 난 무척이나 무서웠었다. 시커먼 얼굴에... 모두들 낯선... 그런 겁쟁이인 나를 애들이 가끔 골리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케리는 나를 구하러 왔었다. 절대 사람을 물진 않지만... 그 덩치만으로도 애들을 겁주기에는 충분했었다. 그렇게 나의 어린시절은 흘러갔었다. 친구라곤... 나의 대장인 누나랑... 토끼랑... 삼촌이 잡아준, 부지런히 챗바퀴를 돌리던 다람쥐랑... 비오면 창에 희안하게도 잘 붙어 있던 청개구리랑... 그리고 케리였다. 그중 가장 나랑 친했던 건 케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