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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4년07월28일(목) 06시18분52초 KDT
제 목(Title): 하숙집 이야기 11 (경희와 미란이)


경희와 미란이는 한방을 쓰던 애들인데 경희는 연대 2 학년, 미란이는 이대 4 학년

이었다. 둘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어서 가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유난히 깔끔을 떨던 경희는 학생 운동에도 열심이었는데 아버지가 경찰 간부를

하셔서 경찰서에 들어가도 금방 나오곤 했다.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 친구가 있었

는데 경희는 귀찮아 죽겠다는 둥 내숭을 떨었지만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것은 온

하숙생들이 다 알고 있었다. 미란이는 졸업후 독일 유학을 희망하고 있었는데

그때문에 가끔 괴테 하우스인지 뭔지를 다니는 듯 했다. 성격이 털털하고 다른

하숙생과도 잘 지내고 술도 꽤 마셔서 가끔은 내 술 친구가 돼주었다. 하숙을

같이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둘 모두가 담배를 피우는것을 알게 되었는데

다른 하숙생들은 오랜동안 몰랐던듯 하다. 아뭏든, 밤 12 시 이후 담배가 고프면

내방에 몰래와서 담배를 빌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인생 상담을 해주게 되었다.

한번은 경희가 내게 상담을 하는데...

"신경질나서 증말 미치겠어. 미란이 언니가 내 스타킹을 자꾸 신는거야. 나는

아끼느라 잘 안신는건데. 그리고 벗어놓고는 빨지도 않는거 있지."

미란이라고 불만이 없을라고.

"형, 경희때문에 돌아버리겠어. 자꾸 남자친구를 방으로 데려오는거야. 며칠전

에는 무심코 방문을 열었다가 얼마나 놀랬는데..."

"왜?"

미란이는 대답도 못하고 우물거린다. 아마 입크기를 재고 있었나보다.

물론 둘이 같이 있을때는 서로 그런 내색을 하지도 않고 잘 지냈다. 가끔 둘은

엉뚱한 말을 해서 나를 놀래키곤 했다. 하루는 경희와 빨간 먼지에서 술을 마시는데

"걔는 (남자 친구) 생각하는게 너무 어린거 있지. 어리광이나 부리려고 하고...

오빠정도만 되면 좋을텐데."

'아니 얘가 혹시 날 좋아하는거 아냐. 그럼 그친구는 어쩌지?'

다른날, 이번에는 미란이와 맥주 한잔.

"형, 부모님이 독일 유학가지 말래. 결혼하기전에는 아무데도 안보내준대. 그런데

형은 꼭 미국으로 갈꺼야? 공대는 독일도 좋다는데..."

'잉? 나보고 결혼하자는 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둘은 나를 정말 좋아했었던것 같다. 남자로서가 아니라 오빠와

형으로서.

P.S. 그런데 여자애들이 왜 형이란 호칭을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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