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eagull (갈매기) 날 짜 (Date): 1994년09월23일(금) 07시21분30초 KDT 제 목(Title): 갈매기의 여행기(5) 우리가 변산에 간 것은 겨울이었다. 눈구경이라고는 원서쓰러 서울와서야 제대로 해본 갈매긴지라 서울엔 눈도 참 많이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히야! 변산은 수준이 달랐다. 길에도 왜그리도 눈이 많이 쌓였는지... 아직도 눈만보면 신기한 갈매기는 이때 엄청 눈을 밟아봤다. 밤에 내려서... 무슨 역인진 기억이 안나는데... 새벽녘에 기차에서 내렸다. 아직은 날이 깜깜하고... 그러나 해장국집은 열어서... 우리 열명(그 정도쯤)은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시작부터 변산의 후한 인심을 짐작케 해주는 집이었다. 전부터 호남의 음식이 맛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말 맛있었음... 해장국보다도... 그 김치... 통째로 담근 김치... 이건 식당에서 손님에게 줄려고 급히 담근 김치가 아니다. 진짜 자기들도 먹고 손님에게도 줄려고 담근 김치!!! 정말 맛있었다. 무슨 김치가 그리도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던지... 생각만 해도 군침이... :) 요기를 한후 우리는 변산반도로 일단 향했다. 겨울에 보는 변산앞바다! 난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서해의 이미지를 바꿔야만 했다. 방파제위로 하얗게 눈이 쌓이고... 깨끗한 하늘에 새파란 바다... 정말 시원했다. 가슴이 확 트이고... 바다를 보는 기분이 드는 정말 바다같은 바다였다. 눈과 바다의 조화!!! 내 고향에서는 볼 수 없는 경치였다. 거기서 우린 우리의 최종목적지로 가게 된다.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나지만... 무슨 절이었다. 고향이 그 근처인 놈이 가자고 주장을 해서 변산이 목적지로 정해졌는데... 거기서 4시간 정도만 산길을 걸어가면 된다고 했다. 일단 점심을 먹어야지... 먹어야 살지요, 그죠? :) 가는길에 면사무소 같은게 있었다. 우린 밥을 지을 물을 좀 얻을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참 누가 요즘 시골인심이 박하다고 했던가??? 이층에 큰 방이 있으니... 난방도 되고 있으니 거기서 몸을 녹이라고 하시는 거다. 우린 뻔뻔하게도 감사하다는 말만 덜렁하곤 올라갔다. 샤워도 하고... 추위에 지친 여학생들은 몸도 녹이고... 우리는 이층에서 밥을 해서는 따뜻한 방안에서 먹을 수 있었다. 식후엔 따뜻한 커피도 한잔! :) 호화판이죠? 이제 4시간만 산길을 걸으면 된단다. 근데 가끔씩 여행을 했던 나의 본능이 SOS를 친다. 난 몰래 빠져나와서는 천원짜리 큼직한 쵸콜렛을 두개 사서는 내 가방에 넣었다. 산길을 걷는데... 남자라고 기타도 하나 더 들고... 그래도 좋더라. 갈매기는 그렇게 눈이 쌓인 산길은 처음 걸어 보았다. 히히 부산촌놈. :)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다. 눈쌓인 시골길... 밥짓는 연기는 집집마다 피어오르고...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갈매기는 그 풍경에 연신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참 사진도 잘 나왔었구... :) 가다가 감나무에 아직도 달려있는 감을 따다 먹기도 하고... 여행중인 청년들이 신기했던지.. 구경하던 동네 아주머니들은 길다란 장대를 가지고 와서는 그 감들을 떨어뜨려 주기도 하시고... 아이들은 '아저씨 기타 한번 쳐봐요'라고 웃고 떠들고... 우린 즐겁게 산길을 걸었다. 점점 인가가 사라지고... 호젓하게... 사람들이 좋고... 산이 좋고... 그위에 쌓인 눈이 좋고... 갈매기랑 또다른 부산촌놈은 눈밭에 뒹굴기도 하고... 뭐 공해니 뭐니 해도... 그래도 깨끗해 보이는 흰눈은 우리의 목을 축여주기도 했다. 이 얘기 저 얘기... 일행중 눈이 삔(?) 여학생 일부는 세상에 갈매기랑 같이 사진 찍자고 하기도... 사실일까??? 그럭저럭 시간은 흐르는데... "야 얼마나 남았냐?" "다왔어요. 조금만 더가면 되요." "야 얼마나 남았냐?" "다왔어요. 조금만 더가면 되요." 한참을 걷다가... "야 아직도 멀었냐?" "다왔어요.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가면 되요." 이젠 여학생들의 입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치고 추우니... 하긴 갈매기도 벌써 그눈이 실어지고 있다. 벌써 해는 져가고(산에서는 해가 빨리지죠. 더구나 서쪽이니...), 기껏해야 다섯시 정도인데... 게다가 눈길에서, 눈밭에서 장난치고 노느라고... 신발은 다 젖어서 다시 얼음이 얼고... 옷들도 뻣뻣하게 얼어있다. 느낌이 이상하다. "너 정말로 여기 와봤냐?" "예." -> 근데 영 자신없는 목소리다. "솔직히 말해봐, 안 와봤지?" "그게 지도에 보면 벌써 왔어야 되는데..." 김빠지는 소리다. 얜 지금 우리가 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 또 길어졌네요. 이어서 그때 고생했던... 산에서 헤메었던 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