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9월16일(금) 02시11분24초 KDT 제 목(Title): 이대 앞에서 헌팅하다.........V 헌팅한 아가씨들까지 모두 네명인 우리 일행은 이대지하철역 근처의 어느 이름도 기억 안 나는 허접한 카페로 함께 들어 갔다. 이때부터 란다우의 살신성인(?)은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데........:) 친구를 위해 카페에 들어설 때 부터 우리의 호박 아가씨를 온 몸으로 밀착방어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째...표현이 좀 그렇다....) 자리를 잡을 때도 일부러 신경써서 호박 아가씨 앞에 앉은 다음 란다우가 늘상 자랑해 마지 않는 이빨로 그 아가씨가 내 친구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평에도 말이 많아 주체를 못하는 사람이 난데, 이미 여자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친구를 밀어주기로 작심을 하니 말이 끝없이 흘러 나왔다. 내 임무는 오직 계속 이 여자에게 말을 시켜서 내 친구가 이쁜 아가씨에게 재미를 볼(?) 시간을 벌어 주는 것. 정말 내가 생각해도 온갖 허접스런 이야기는 다 했다.:) 그런데 나하고 내 친구는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에 또 한번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리 보고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묻길래 순진하게 대학원생이라고 하고 서울대 물리학과 동기라고 했더니 두 여자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자식들아 거짓말을 하려면 좀 그럴 듯 하게 해라....' 내지는 '요새 새로 생긴 거짓말인가?' 하는 어처구니 없어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그대서야 속으로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였다. 연대를 다니는 내 친구가 강남의 어느 나이트에서 학교 동기들과 졸지에 부킹을 하게 되었는데, 앞에 앉은 날라리들이 남자들보고 어느 학교냐고 해서 연대 다닌다고 솔직히 고백 했더니만 단체로 한 5분쯤 남자들을 비웃고는 '너네 같은 놈들이 연대생이면 우리는 이대생이다, 이대생!' 이라고 했다는 전설...... 그 상황이 우리에게 고대로 적용되는 것이었다. 음냘.... 헌팅이나 부킹 같은데서 절대로 자기의 신분을 그대로 밝히면 안 된다. 어차피 믿어 주지도 않고... 그리고 우리는 그 허접한 카페에 앉아 거의 12시가 다 되도록 노가리만 까댔다. 헌팅의 다음 코스가 나이트-술집- 그 다음의 여러가지 옵션(?) 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워낙 급하게 구하느라 맘에 드는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아직 우리가 그 정도로는 타락하지 않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얘네들에게는 돈쓰기 싫다는 생각이어서였는지, 하여간에 우리는 2 시간 동안 꼼작도 않고 그냥 여자들 얼굴이나� 쳐다보고 있었다.:I 나하고 내 친구는 서로 이야기를 안해도 그 점은 이미 교감이 있었고 (당연하지 우리가 함께 대학에서 굴른 시간이 한두해인가? 척하면 통하는 거지.) 우리 같은 놈들을 만나는 통에 나이트도 못 가보고 이빨 고생만 시킨 그 아가씨들 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결국 그 헌팅은 헌팅에서 시작해서 미팅 비스무레하게 끝나는 기형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다. :P 아마 나하고 내 친구가 두어시간 열받으며 뺀찌를 먹다가 헌팅에 성공하고 나니 그래도 최악의 챙피함은 면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로는 다른 짓을할 의욕을 잃어 버렸던 모양이다. 한 가지 내 스스로 한심했던 것은 ..... 부모님들은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도 피나게 공부하는 줄 아실테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리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서 기술입국 시대의 첨병이 되라고 군대까지 빼 주었는데 우리는 여기서 지금 헌팅이나(!) 하고 앉아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었다. 이래 놓고는 또 내일 계절학기 실험조교 들어가서 너네 같이 게으른 학생들 때문에 한국 상품이 경쟁력을 잃고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라고 구박을 해야 할 것이다. 우....찔린다. :) 역시 집이 인천 어쩌구 운운 했던 것은 튕기기 위한 뺑끼였던 것 같다. 집이 근처라는 두 사람을 대충 바래다 주면서 연락처를 적는 척 하고.... (이제는 완전히 미팅 수준으로 내려가 버렸네 이거.....) 우리는 그놈의 헌팅을 끝낼 수 있었다. ^_^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헌팅이지만 그래도 남자들의 본성은 어쩔 수 없는지 호박이건 수박이건 하나 낚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뿌듯했었다. 하하하하.... 두 번 다시 헌팅 같은 것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젊었을 때 남들 하는 짓 한번쯤 해 본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친구가 다음에 서울 왔을 때 같이 술자리에서 이야기할 추억거리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헌팅 한 번 쯤 해본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 포스팅 300회 돌파를 자축하면서...... 함께 뛰었던 나의 친구에게....*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