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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jusamos (주세이모스吝)
날 짜 (Date): 1994년09월15일(목) 13시46분20초 KDT
제 목(Title): [황당남8] 천문학 수업...





정말 새내기의 학교 적응은 힘들었다. 그 지옥같은2학기에 난 천문학을 들었다.

천문학 교수님은 '이 상각' 교수님인데, 이름은 좀 그렇지만, 여자분이셨다.



지금 이 글을 읽는분들중에는 교련 세대도 있고 아닌 세대도 있는데, jusamos가

마지막으로 전방 입소훈련을 받은 암울한 세대다.



교련은 셜대의 가장 꼭대기인 학군단에서 받았다. 자연대생의 모든 수업은 교양을

제외하곤 거의 24동이나 25동, 27동, 28동에서 받는데, 여기서 학군단까지는 굉장히

가파른 길을 10분이나 올라가야 한다. 그건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천문학 수업이 있는 바로 다음 시간에 교련 수업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각 교수님은 50분을 꽉 채우니, 우린 항상 뛰어갈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힘든 생활이었다. 결국, 우린천문학 수업이 한 35분 정도 지나

면, 다 빠져나가게 되었다. 뭐, 우리가 빠져나온 이후의 수업을 모르지...어쩐지..




그러던 어느 날....수업 시작이 무섭게, 이상각 교수님은 출석을 불렀다...아니..

그 동안 출석을 안 부르셧는데....이상하다...하면서 이름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

출석을 다 부르신 교수님은..일장 연설을 하신다...아주..차분하게...



        "여러분...내일부터는 이 시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두번의 출석을 부르

        겟어요. 제가 출석을 부르는 이유는 그것을 성적에 반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출석과 성적의 상관 관계를 규명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만약 수업이 재미

        없다고 느끼시는 분은 안 들어오셔도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배우는 학

        생으로서 수업 중간에 나간다거나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우실 거 같기두..하구...내 마음은 정말 찡~해왔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저 연약한 맘을 가지신 교수님을 괴롭혀 드렸단 말인가....결국..우린 다음날부터

그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니까....



그러나, 그 수업을 듣는 사람중엔 여학우도 있었기 때문에, 시험 시간은 칼같이 알

아내서 들어갔는데, 우리 땐 시험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시간이 교련일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그런데, 내 친구가 자긴 컨닝 페이퍼를 준비했다는 거다. 조그만

종이에 깨알같은 글씨로 채워져 있는 그 페이퍼...정말 부러웠다. 난 물리 시험때

거린 이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으흐흐..그게 바로 그 전날 일이여여~~~~

있었는데, 그 친구,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그냥 감행하는 거다.



시험은 시작되었다. 난 그 친구와 함께 젤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시험 감독은 꾸준히

돌아다닌다. 근데, 그 친구앞에 서더니, 갑자기.


        "야...이거 뭐야???"


내가 돌아다 봤을땐, 그 감독은 책상 속에 있는 책을 가방에 넣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뭐, 부정의 소지를 없애자는 거겠지....하고 별거 아닌 일로 넘길려구 하는데, 내

순진한 친구는 감독을 계면쩍게 바라보면서, 시험지 밑에 숨겼던 페이퍼를 주섬주섬

꺼냈다. 으휴.....저게 아닌데....난 말릴 새도 없이 그 애는 잡혔다...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거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불쌍한 내 친구는 잠시 앞에 가서 책상들고 있다가, 조금후에 시험을 다시 
재개했다.

난 그걸 보면서 생각했다.


        '난 행복해...저렇게 쪽팔리진 않았자나?? 그냥 쫓겨났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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