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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ZET (제토벤)
날 짜 (Date): 1994년09월08일(목) 14시39분13초 KDT
제 목(Title): 8000원의 세차비



서식처를 머나먼 일산으로 옮겼기 때문에

차번호를 바꿔야만 했다.

"경기"로 시작하는 번호판에 묘한 소외감을 느끼며

2666이라는 악마적 숫자에 공포감을 느끼며

새 번호판을 달았다.

번호판 케이스도 녹슬어서 거금 삼만원을 투자해 비까 번쩍한 걸로

바꾸었더니 꽤 괜찮아 보였다.

그래, 내친김에 세차도 하면 새차같겠지.

3000밖에 안 뛰었으니 새차는 새차지만 말이야.

세차장에 값을 물었더니 8000원이란다.

뭐... 세차비 비싼거야 알고 있었으니까 놀랄 것도 없었고

비싼 편도 아니고 해서 세차를 부탁했다.

처음으로 비누거품을 머금고 있는 차를 보니

내가 목욕을 하는 것처럼 시원했다.

한 십분 더 물을 뿌려대더니 물기를 닦기 시작했다.

나는 다 되었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차를 타려 했더니

내부도 닦아야 한단다.

마자. 세차의 가장 큰 장점은 내부를 닦는 건데.

그러더니 또 한 이십 분동안 열심히 닦는 것이었다.

결국 차닦는데 근 50분이 걸렸다.

다시금 요금 8000원을 생각해보니 그리 비싸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싼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강의 한시간 떠들면 삼사만원 떨어지는데

이들 노동자들은 나의 20%정도밖에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 지 모른다.

"대학 나온 전문 인력하고 육체 노동자는 당연히 임금이 차이나는 것 아닌가?

 능력이 틀리니까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10000원을 내주면서 2000원을 거슬러 받는 때만큼은

내가 이들보다 5배의 임금을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회의가

들었다.




번호판 케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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