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9월06일(화) 15시32분39초 KDT 제 목(Title): 서울대가 싫어질 때 ([R] VERITAS LUX MEA) 서울대의 emblem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끄러움... Harvard의 그것을 베껴다가 그림 몇 조각 더 집어넣고 글자 몇 개 더 써넣은 표절한 emblem... 남의 report를 베끼는 녀석이 쓸데없이 개칠을 더 하는 것처럼 단순 소박한 원조(?)에 비해 요란하기만 한, 못생긴 여자가 짙은 화장한 듯한 느낌을 주는 국립 서울대학교의 상징... 정서적으로는 관악을 사랑하지만 학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부끄러움'이 앞선다. "인도 사람은 굶고 있는데 조선 사람은 강냉이를 먹고 있으니 행복하다." 1946년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미 군정청 운수부장 코렐슨의 답변은 이렇다. 유학 준비하느라고 산 Barron의 GRE책 속표지에 써둔 말... 내가 싫어하는 나라 미국에 가서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 외국(정확히 말해서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을 선호하는 학계 풍토가 슬프고, 어린 시절 단 몇 달이라도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 유학 준비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극복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gap...) 유학 제도가 슬프고, 그런 식으로 어릴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미국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이 사회의 엘리트 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따라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의 엘리트 문화는 서울데 emblem이 보여주듯이 미국 문화의 아류가 되어버릴 듯한 상황이 슬프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마저도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젖어드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GRE책에 그런 말을 적어놓은 것은 영어 공부에 급급한 나머지 무엇보다도 소중한 '우리'를 잃지 않으려는 빈약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유학'의 형태가 아니고서는 결코 외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그 이유가 단순히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라고 한다면 웃을 사람도 많겠지?) 가난한 staire가 어느새 서울대 보드에 여고생 취향의 글이나 가득 올려 어느 게스트로부터 'staire는 글 안 올리고 뭐하나...'라는 얘기나 듣게 되다니... 이 글을 끝으로 키즈를 떠나야 하는 것일까...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