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lsd (이상진 )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16시32분52초 KDT 제 목(Title): 버스, 택시, 그리고 ...... 태양의 불꽃이 도시를 모두 녹여 버릴 듯한 한여름의 오후.. 아스팔트위로 자동차들은 미끄러지 듯 지나간다.. 더위에 지친 듯 꼼작도 않는 가로수 밑 그늘아래에 L은 태양빛을 피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침 버스가 한대 온다. 그러나, 멀지감치 1차선으로 그 버스는 내달리고 만다. 다시한번 L은 시계를 본다. 다음 버스가 제대로 만 와 준다면 그리 늦을 것 같진 않다. 다시 하는 수 없이 무더운 날씨를 원망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 순순히 버스가 오질 않는 다. 10분이 지나고 20 분이 지난다. 점점 시간이 촉박해 진다. 그래도 좀 여유를 두고 나온 탓에 아직 은 기다릴 만하다. 다시 10분 20분이 지나 버스를 기다린지 50분이 다되어 간다. 이제는 버스가 와도 늦을 것이 틀림없어 졌다. 이젠 기왕 늦어 버렸 으니 좀 느긋이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버스가 시야에 들어 온다. 이번에는 놓지지 않으려 L은 미리부터 손을 흔들어 댄다. 그러나 버스는 속도를 늦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정류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정차한다. L은 버스 쪽으로 달려간다. 버스에서 한 부인이 내리고 이내 버스는 출발한다. L은 그 자리에 멈춘다. 그리고 버스의 뒤꽁무니를 한참 바라본다. 이때 한대의 택시가 호객을 하는 듯 크락션을 울리며 L옆에 선다. L은 손을 택시의 문 손잡이에 갖다 대고 문을 연다. 그리고 택시 뒷좌석에 들어가 앉는 다. 택시는 출발하다. 택시기사는 무더운 한낮에 손님을 만났으니 기분이 좋 은 가 보다. 연실 히죽댄다. 택시의 에어콘 바람에 L은 정신이 드는 듯 하다. L은 자신이 택시에 타고 있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분명히 자신의 주머니에는 버스요금을 낼만한 돈 밖에 없다는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시 L은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살펴본다. 이리저리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본다. 아무리 다 뒤 져 보아도 택시비에는 반도 미치지 못 한다. 택시의 미터기는 여느 때 보다 훨씬 빨리 올라가는 듯 하다. 잠깐 사이에 몇 백원씩 뛴다. 택시가 어디선가 멈추었다. 기사는 목적지에 다 왔다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인 다. 다시 한 번 L은 주머니를 뒤져 본다. 바지 주머니에서 무언가 손에 잡히 는 것이 있다. L은 그것을 손에 집는 다. 그리고 꺼내어 본다. 등산용 칼이다. L은 칼날을 밖으로 꺼낸다. 그리고는 택시기사의 목에 튀어나온 힘줄을 향해 칼을 내리 꽂는다. 택시기사는 L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꾸러 진다. 여름의 태양이 도시를 녹여 버릴 듯 그 빛을 내리 꽂는다. 아스팔트 위에 자동차들이 미끄러지 듯 흘러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