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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9월04일(일) 22시58분21초 KDT
제 목(Title): 왜 서울대 학보는 이름이 '대학신문' 인가?




다른학교 사람들에게 학보를 보내면 꼭 이런 욕을 한 번은 얻어 먹게
된다.

   " 너네 학보는 왜 이름이 '대학신문'이냐? "

연대 거는 연세춘추.. 이대 거는 이대학보.. 하는 식으로 대학의 학보에는
다 학교의 이름이나 최소한 그 학교의 상징 같은 것이 포함 되어 있는데
유독 서울대의 학보만 이름이 '대학신문' 이다.

그래서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학신문이 무슨 전 대학교 적인 기관의
신문인 줄 알다가 그것이 일개(?) 대학의 학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기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요새는 한문을 적게 쓰는 편이고 모양도 산뜻하게 바꾸어서 조금
나아졌지만 내가 1학년 때 열심히 학보를 부칠 때는 온통 한문 천지였는
데다가 모양도 일간지랑 꼭 같고 그나마 세로쓰기여서 도저히 읽을만한
신문이 되지 못했다. (순전히 학보 사이에 연애편지 끼우는 목적으로..)

일부 호의적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들은 서울대 학보가 이름이 '대학신문'인
것은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하고 생각해 주었지만, 대다수는 그 학보를
보고 나면 

   "너네만 대학이란 거야 뭐야? 정말 되게 잘난 척 하네..어쩌구.."

하는 비난을 하기가 일쑤였다. :)

더 답답한 것은 이런 비난에 딱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는 일이다.
도대체 왜 우리 학교 학보는 이름이 '대학신문' 이지?

그냥 모르는 채로 지나가다 ( 어차피 1학년만 지나면 더 이상 학보 주고 받을
일이 없으니깐...헤헤...) 얼마전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여러분 혹시 전시 연합 대학 이라는 것을 아시는지?
6.25 때 창졸간에 부산으로 밀려간 상황에서 전국의 각 대학들이 제대로
부산으로 옮겨 올 수가 없었는지라 독립적으로 수업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여러 대학을 무더기로 합쳐서 만들었던 대학이다.
그러니까 어느대학이던 대학생은 무조건 전시연합대학에서 공부를 시켰고
교수님들도 전부 거기서 모여서 강의를 하셨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나라에 학보라는 것이 처음 생긴 것이 바로 이곳 전시 연합
대학 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전쟁통에 어떻게 그렇게 한가한 짓(?)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보라는 것이 처음 생긴 것은 그 때이고 모든 대학을 다
합쳐 놓은 곳에서 나온 신문이었으니 이름을 '대학신문' 이라고 붙인 사실이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대학신문' 이 한동안 나오다가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와 다시
각 대학이 나누어질 때... '대학신문'의 편집권을 서울대가 먹어(?) 버렸다고
한다. 듣기로는 읽을 거리가 귀하던 당시에는 제법 인기 있는(?) 신문이었단다.
그리고 다른 대학의 학보가 없던 시절이라 그 이름이 별로 문제 되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만 이름이 '대학신문'으로 굳어 버린 것이다. 

누군가 쌍지팡이 집고 나섰다면 고칠수도 있었을텐데 돈 안생기는 일이니 그럴
사람이 없었을테고...결국은 50년대에 잘못 끼운 단추가 그대로 이어져서
서울대 학보는 오늘날에도 '대학신문' 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가진 채로
계속 발행되고 있는 것이다. :P

사정이 그러하니 .... 다른 학교 분들은 서울대 학보의 이름이 조금 이상하고
아니꼽더라도 너무 욕하지 마시기를.....

(그럼 왜 지금이라도 이름을 고치지 않느냐고요? 그건 저도 몰라요!)



                                   ---  landau (fermi@power1.snu.ac.kr)

         유치원 퇴학생, 병역 기피자, 화류계 생활 30년, 학생을 빙자한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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