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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8월29일(월) 14시07분15초 KDT
제 목(Title): 결혼 직전에 느끼는 두려움.....



여자들도 그런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결혼 직전이 되면 무서움이나 망설임을 지나서 두려움까지 가지게 된다.
(장가도 안 간 총각이 어떻게 그런 것을 아느냐고? 다 아는 수가 있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느끼는 불안감이야 꼭 결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겠지만, 결혼은 물를 수 없다(?)는 그 특징 때문인지 한 번 결정을 하고 나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신이 점점 없어지고 거기다가 미래에 대한 중압감이 겹치면
(남자들의 경우 주로 이제부터 가족에 대한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
아무리 마음에 들고 사랑하는 상대일지라도 겁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을에 결혼을 할 친구가 식사초대를 해서 어울리지 않게 호텔 부페에서 값비싼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돌아왔다. 번거롭다고 함들이를 생략하는 대신에 신랑신부
친구들을 불러서 거하게(?) 한 턱 낸다는 명분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밋밋하게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자리를 파한 뒤에 친구와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장가갈 그 친구 반은 농담으로 우리에게 건네는 귓속말...

   "너네는 빨리 결혼하지 마라...:) "

당연히 행복하고 부러워 보이는 한 쌍이었지만 나는 결혼 직전이 되면 누구나
나타내는 초조감과 불안감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역시 10월에 결혼 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서클 선배를 우연히 만나서 형수님
되실 분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 보았는데.... 헤어질 때 쯤 되어서 그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내뱉으시는 것이다.
   
   "다우야... 난 지금 ... 겁이 난다......"

보기에 따라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하나인데, 그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그 다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나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결혼을 앞 둔 친구나 선후배들에게  

   "크으~~~ 좋겠다..*)"  내지는 "기분 째지지? "

하고 모두 부러워 하지만, 물론 좋은 것도 사실이겠지만, 동시에 불안감과 두려움도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때로 한동안 잘 사귀고 서로간에도 뜻이 맞아 결혼을 고려 했는데, 의외로 
어처구니 없는 사소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는 커플이 종종 있다. 뭐.... 말다툼이
감정 싸움으로 변해서 그만 영영 토라져 버렸다던가.... 신랑 친구들이 함팔이를
좀 거칠게 한 것이 빌미가 되어서 파혼까지 갔다던가.... 집안 일부의 반대 같은..
제 3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극복될 만한 자질구레한 문제가 그만 둘을 갈라 놓는
일을 가끔 보게 되는데,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런 깨어짐은 꼭 그 자질구레한
직접적 원인 탓만이 아니라 결혼 전에 당사자들이 가지게 되는 불안감이 더욱
큰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결혼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에서 도망치고 싶은 잠재의식이 작은 빌미가 제공 되었을 때 발동되어서
약속된 혼인을 미루거나 깨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상대가 누구이건
무관하게 완전히 개인의 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에 대한 불성실이나 신의
같은 것으로 논할 바가 아니다. .....

친구 하나가 정말 보기 드물게 참한 아가씨를 사귀었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선망하는 명문여대를 막 졸업했었고 성격 좋고 예쁘고 나이차이도 적당하고....
모든 것이 잘 들어 맞는 글자그대로 환상의 복식조였는데, 그만 한가지 종교문제가
말썽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친구의 집안은 독실한 크리스찬인데 맏며느리가 될
이 아가씨는 무신론자였던 것이다...

정작 내 친구 본인은 약간 사이비 신자여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의
종교관이 정면충돌하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친구의 어머님이 결사반대
하셨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미 경제적으로 거의 독립해 있고 자신의 거처도
따로 있었는데다가 여자 쪽도 이미 직장을 구해서 약간의 비난을 각오하고 밀어
붙였다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도 있는 사이였는데 (솔직히 반대자가 하나도 없는
결혼이 몇 건이나 될까?) 그만 헤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 복잡한 속 사정이야 국외자인 내가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식사모임을 주선한
친구를 보면서 이 사이비 신자 친구가 한말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난... 결혼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지 .... 경탄스러워...."

그 날밤 나와 그 사이비 신자 친구는 먹지도 못하는 술을 곤죽이 되도록 퍼 마셨다.
.......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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