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05시06분59초 KDT 제 목(Title): 하숙집 이야기 2 (대머리) 사당동에서 하숙할때 옆방에 있던 용식이는 눈에 띨 정도로 머리숱이 적었다. 일년 전에 찍었다는 사진에서는 머리숱이 많았던걸 보면 일년 만에 그렇게 되었나 보다. 한참 젊은 나이에 신경이 안 쓰일리도 없어서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난 후에는 빠진 머리카락을 헤아리며 투덜거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 집에서 전에 하숙을 했다는 선배가 가끔 놀러오곤 했는데 그 선배는 머리숱이 적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대머리여서 그 둘은 모이기만 하면 머리가 안 빠지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열띤 토론을 하곤 했다. 그 결론은 머리가 다시 자란다는 약이었는데 그 약이 두피를 자극하여 다시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한번씩 발라야한다는데 문제는 자신은 자기 머리 전체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거울을 들고 용식이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각도를 맞혀주어야만 했다. 한번 약을 바르려면 20-30 분이 걸렸는데 말은 못하지만 여간 귀찮은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도와주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던 어느날, 용식이 동생이 재수를 하는 중이었는데 서울에서 공부를 하러 같이 하숙을 하게 되었단다. 그 애가 오고나서 약바르는 신성한 작업은 형제가 같이 하게 되었고 나는 그만두게 되었다. 사실 몇번 도와주지도 않았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미국에 와서 Hair Club 인가 뭔가 하는 광고를 보면 빠진 머리카락을 들고 투덜대던 용식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난다. 지금도 매일 약을 바르고 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