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U ] in KIDS 글 쓴 이(By): june (최 정인 ) 날 짜 (Date): 1994년08월28일(일) 23시18분00초 KDT 제 목(Title): 유유(6-4) 헝가리 비엔나에서 기차를 탄 것은 밤 9시 경. 오스트리아 - 체코 국경까지 유레일 철도로 가고 거기서부터 프라하까지는 체코 국영 철도로 가게 되었다. 비엔나 역에서의 또 하나의 해프닝.. 오스트리아도 물가가 꽤 비싼 축에 속했는데 역에 있는 상점은 물론 더 비쌀 수밖에.. 물이 다 떨어져서 눈물을 머금고 구내 상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는데.. 눈에 익은 상표인 '에비앙(Evian)'은 유리병에 담겨 있는 거다. 그래서.. 조금은 생소하지만 (나중엔 많이 보았지만..) 'S. Pellegrino'라는 물을 1.5 L PET 병으로 하나 샀는데.. 마개를 여는 순간.. 치익~ 하는 기분나쁜 소리.. 으윽.. 이거 탄산수인가 확인하는 것을 깜빡했군.. (나중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찬 걸로 마셨을 때엔 큰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었지만.. 미지근한 건.. 정말.. 안 마셔본 사람은 몰라요..) 쥬스를 사서 섞어 마셔 보기도 하고, 이산화탄소를 뺀답시고 병을 흔들고 열기를 반복하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결국은.. 다 못 마셨다. 그 날따라 왜 그렇게 덥고 목이 말랐는지.. 비엔나에서 기차를 타는 사람이 무지 많았다. 일찌감치 둘이서 6인용 컴파트먼트 한 개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떤 뚱뚱하고 무섭게 생긴 아줌마가 들어오더니 유럽 억양이 섞인 영어로 "How many persons?"하고 묻는 거다. 둘이라고 대답하면 들이닥칠 것 같아 모르는 척 했더니 "Don't you speak English?" "(꿀 먹은 벙어리).." 화를 내면서 "Stupid!"하고 나가버렸다. 으으.. 결국은 우리 일행 네 명과 얌전하게 생긴 어느 아주머니와 같이 타고 가게 되었는데.. 처음에 우리가 음료수를 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분과도 재미있게 얘기를 하면서 갈 수 있었다. (아니.. 정인인 재미있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음.. 이 분이 5개국어인가를 하신다는데 그 중 영어는 없지 뭐에요.. 그래서.. 독일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쩌다가 우리 중에 제가 통역사(?)가 되어가지고.. 제 독일어 실력이라는 것이.. 학력고사 본 이후로 전혀 공부한 적이 없는.. 그런 수준..) 이 아주머니는.. 나이는 50대 초반.. 원래 폴란드 출신인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이 날 하여튼 '정치적인 문제'에 질려버렸다) 오스트리아로 망명(?)하셔서.. 지금은 비엔나에 살고 계신다. 대학생인 딸과 두 살 (정확히 기억 안 남.. 네 살이었나?) 짜리 아들은 바르샤바에 있기 때문에 주말마다 애들 보러 가시는데 (망명 비슷하게 하신 거라면서 어떻게 매 주 갈 수 있는지는..) 이 날도 아이들 가져다 줄 먹거리 한 보따리를 가지고 가시는 중이었다. 앞 포스팅의 헝가리 할머니의 경우에도 그 할머니 딸이 독일에 살고 있어서 방문할 때마다 (할머니가 딸을.. 딸이 헝가리로 오는 적은 없대요) 생필품을 잔뜩 가지고 돌아온다고 들었는데.. 그런 식으로 서방 국가에 사는 친척의 도움 없이 사는 동구권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다시.. 폴란드 아줌마 얘기로 돌아와서.. 비록 서로 말은 잘 안 통했어도 그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여행 일정표를 보시면서 어디어디는 아름답다고 찬사를 늘어 놓으시던, 폴란드는 일정에서 빠져 있냐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시던 그 모습.. 원래 정이 많은 분 같기도 했지만 우리를 보고 당신 따님이 생각나셔서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신 것일까.. 프라하 가던 길에는 그렇게.. 찡한 추억이 남아 있다. ((( )) Imagine a month of Sundays, each one a cloudy day ( o" o" Imagine the moment the sun came shining through ' >>>_ Imagine that ray of sunshine as you.. ______ ^ <_< _________________june@kids_____s_jungin@cd4680.snu.ac.kr__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