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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aizoa (오월의첫날)
날 짜 (Date): 2003년 2월 16일 일요일 오전 01시 03분 09초
제 목(Title): 얼음 내린 후에


또, 밤중에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제게 일본어를 가르친
선생은 퇴직한 국어교사셨습니다. 일본과 국교가 단절되었던 시대,
당시 한국 문교부와 일본 문부성의 협력사업으로 일본에서 생활했던
분이시지요. 제가 가르침을 받을 때 이미 일흔이 넘으셨었지요.
 
언젠가, 수업 전날밤 술집에서 낯 모르는 이와 합석해서 술을 마시다가
술잔에 씌여진 싯구를 보고 뜻을 풀이하며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누구의 어느 시의 일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대목입니다.
 
    상림낙후산쟁출 (霜林洛後山爭出)

    - 서리가 숲에 내리자 산이 다투어 나타난다
 
10년 전에 배운 대목이라 틀릴 수 있습니다. 늦은 가을의 서리가
내리고 나면 나뭇잎들은 떨어지고 비로소 감춰졌던 산의 본체가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싯구는 '고난에 처했을 때 사람의 밑바닥이 드러난다'를 되씹고
있는 최근의 저의 심경과 상승작용을 합니다.
제 마음 속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들, 아픈 고리들이
하나하나 튀어나와 괴롭습니다. 그래서 늦게 깨어 있고요. 
 
관악산은 산세가 작은 바위들로 험할 뿐이라 큰 인물이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천주교성지인 삼성산 쪽으로
비슷한 높이의 능선들이 겹겹이 쌓여있어 안온한 느낌을 줍니다.
산의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사라지고 나니 섬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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