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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2년 11월 30일 토요일 오전 10시 01분 41초
제 목(Title): Re: [C]서울대교수 유가족, 학교에 거액 쾌



워낙 개성이 강하셨던 분이라 저도 민호기 교수님에 대해서는 두어가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후생관에서 점심을 드셨다는 백발성성한 분은 민호기 교수님이 아마
맞을 겁니다. 교수로 봉직하실때는 주로 학생회관에서 드셨지만,
나중에 은퇴하신 이후로는 후생관 3층의 탁구부에 계실때가 많아서
후생관 쪽에 더 자주 보이시더군요.

진짜인지 과장인지 민호기 교수님은 그 독특한 어법때문에 일화가 많으시죠.
제가 들은 것은 시험볼 때 학생들이 문제를 못 풀고 쩔쩔매면

`이놈들아, 이런건 지나가는 개도 풀어!'

라고 갈궜다던가, 수업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내놓고는 학생들이 헤매면

`니네는 곰의 자손이라 이런 거 못 풀어. 난 여진족의 자손이라 풀 수있지.'

라고 약을 올리셨다는 이야기입니다. -.-

(참고설명: 곰의 자손 = 단군신화에 나오는 그 곰.
           여진족의 자손 = 민호기 교수님은 함경도 출신. 여진족의 후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칠판에 도저히 안풀릴 것 같은 공포스런
문제를 써놓고 

`자꾸 떠들면 시험에 이런 문제 낼거야!'

라고 협박(?)하셨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란다우가 직접 접한 것은, 대학 신입생
시절에 물리학과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게
누군가 건물이 울리도록 시끄럽게 떠들길래 `도대체 누구야?'하고 분기탱천해서
나가봤더니 같은 층도 아니고 윗층의 엄청 목청 큰 교수님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민호기 교수님이었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민교수님은 존 휠러 (John A. Wheeler)라는 
유명한 수리물리학자 밑에서 파인만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의 그 파인만)
과 동문수학을 했었다는데, 휠러가 파인만만 예뻐(?)하고 민교수님은 구박해서
교수랑 사이가 굉장히 나빴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민교수님의 천체망원경과 (그당시 한국의 아마추어 천문가 중에서는 아마 가장
우수한 장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천체관측 애호는 서울대에서 별보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습니다. 민호기 교수님께서 돌아가셨을때 아마추어
천문회 홈페이지에 부음이 떴기 때문에, 저는 돌아가신 것을 알고 있었을 정도
입니다.

민교수님은 개성이 강하셨던 탓도 있지만, 수학과가 아닌 타과학생들이 주로
듣는 응용해석 과목을 오래 강의하셨고 탁구부나 아마추어 천문활동에도 동아리
지도에도 적극적이셨기 때문에 따르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 새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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