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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5월03일(수) 01시43분23초 KST
제 목(Title): 만들다 만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 



그림이란 참으로 터무니없는 허영이다.

사물 자체는 별로 거들떠 보지도 않는 물건이면서

그걸 비슷하게 그려 놓았다고 해서 감탄을 사다니...

                                  - 파스칼 



그래서 파스칼은 문학이나 다른 예술을 경멸하며 저 지루하기만 한 '팡세'를 죽어라 

끄적거린 모양이다. 

'비슷하게' 그릴 뿐 아니라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생생한 생명감을 불어넣는 

화가나 작가를 그는 몰랐던 것일까?



잊을 수 없는 영화를 한 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은 '닫힌 

교문을 열며'에서도 젊은 예술가들의 생명력을 역력하게 읽어낼 수 있다. 

어둡고 막막하기만 했던 현실을 숨김 없이 담으면서도 빛나는 희망과 사랑을 잊지 

않고 갈무리해내는 그들...



전교조에 대한 핍박이 극심하던 시절이라 이 영화는 다 만들어지지 못했다. 어찌어찌

해서 촬영은 마쳤으나 관계기관의 농간으로 녹음실을 쓸 수 없어 결국 무성영화가

되고 말았다. 

영화 상영 소식을 듣고 달려간 어느 대학 강당(으... 어디더라?)에는 출연한 

배우들이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이 대본을 들고 변사의 역할까지를 

맡았던 거다.



가난에 쫓겨, 그리고 변변찮은 성적 때문에 취업반을 택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양심에 따라 떳떳하게 행동하는 이혜정 선생님과 고뇌하면서도 나설 

용기가 없어 늘 뒷전으로 도는 취업반 담임 송대진 선생님. 전교조의 열풍에 

휘청거리는 학교.



취업반의 수업 장면, 이혜정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화...

'선생님은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파란색.'

'왜요?'

'하늘색이니까.'

'하늘은 왜요?'

'하늘은 벽이 없거든. 가르지 않고, 가두지 않고, 푸른 세상을 서로 나누어 가질 줄 

 알기 때문이죠. 그건 자유고 평등이거든요...'



해직 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혜정 선생님마저 해직되고

교지에 투고한 글 때문에 취업반 아이 경석이는 퇴학을 당한다. 편집부 아이들은 

교지 버리기 운동을 시작한다. 문제가 된 경석이의 글을 인쇄해서 나누어주며...



퍼붓는 빗속에 이혜정 선생님과 경석이는 교문 앞에 앉아 있다. 취업반 애들과 

편집부 애들 몇몇이 곁에 앉는다. 교문은 닫히고 만다. 고민에 잠기는 송대진 

선생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장면. 억수같은 비를 맞으며 교문으로 걸어나오는 

송대진 선생님과 취업반 아이들. 그들을 가로막는 몇몇 교사들을 뿌리치며 마침내 

송대진 선생님은 닫힌 교문을 연다. 교문 안과 밖에 나누어져 있던 아이들이 서로 

얼싸안는다. 이때 다시 흐르는 이혜정 선생님의 대사... 

'하늘은 벽이 없거든. 가르지 않고, 가두지 않고, 푸른 세상을 서로 나누어 가질 줄 

 알기 때문이죠. 그건 자유고 평등이거든요...'

staire는 손수건을 꺼내야 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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