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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ellen 
날 짜 (Date): 1995년04월27일(목) 13시58분40초 KST
제 목(Title): [퍼온 글] 7. 술맛 나는 얘기..

술맛나는 얘기, 술맛 떨어지는 얘기            05/15 22:11   116 line

   사람들이 술에 대해서 가지는 생각이란 가지각색이겠지만 나도 내 나름
의 조금은 독특한 시각이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나의 의사라는 직업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잔의 술이 예술가에
게 영감을 주고,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만들고, 하루 일에 지친 노동
자에게 위로를 주고,  실연의 슬픔에 빠진 이에게  잠시의 도피를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반대로  술은 지독한 숙취, 음주  운전의 위험, 한없는 무력
감, 속쓰림,  또는 추잡스런 주정으로 사람을  몰고간다. 이러한 상반되는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해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극히 단순화된 나의 
시각이 가장 간단한 해결법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술은 약물
이며, 술이 가지는 이런 다양한  모습은 술의 효과 - 즉, 우리가 기대하는 
작용 - 과 그 부작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술. Ethanol. 이는  신경 세포의 작용을 저하시키는 중추신경의 억제제
이다. 술이 중추 신경 억제제라는  것이 좀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도 있을
런지 모르겠다. 술이 조금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말이 많아지고, 쓸
데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며 별 것도 아닌  일에 깔깔거리고 웃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약간 흥분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평소 억제되고 있
던 것의 발산이다.  즉 술이 '억제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런 반대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마신다면 
분명히 술은 중추 신경  억제제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내게 된다. 술은 분명
히 약물이며 그것도 누구나 사서 자기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중독성 약물
이다. 혈중 농도가 300-400 mg/dL에 이른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렇게 되기 전에 혈중  농도가 200mg/dL 일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골아 
떨어져서 더 이상 스스로 마실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
가!) 
   사람들은 때론  술이 사람의 진심을 털어놓게끔,  마음 속에 꽁꽁 감춰 
놓았던 이야기들을 꺼내 놓게끔  해 준다고들 생각한다. 술의 약리적인 작
용에 비추어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도 술이 신비
스런 힘을 가진 것일지? 대학 시절, 내가 과 MT를 갔을 때 멀쩡하게 술 잘 
먹고 있다가 (멀쩡하다는 말에  어폐가 있나?) 느닷없이 어느 여학생이 흑
흑거리고 우는 바람에 무척이나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남들이 보면 굉
장히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볼 그런 광경이었는데, 하늘에 맹세코 난 아무 
짓도 안했다!!!) 또 어떤 사람은 술만 먹으면 아무나 붙잡고 싸움을 걸고, 
어떤 사람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 즐겨하고, 어떤 사람은 멍하니 바보
가 되고, 또 다른  이들은 끝없이 횡설수설을 반복한다. 나로 말하자면 그 
옛날 (따지고 보면 그리  옛날도 아니지...) 나를 버렸던 야속한 여인들을 
잘근잘근 씹는  것(!)이 고정 레파토리라고나 할까?  아뭏튼 이 것은 술의 
약리 작용이다. 어디까지가  우리가 바라는 작용이고 어디부터가 부작용인
지 무척이나  구분 짓기가 곤란하지만 사람들은  술만 들어가면 그 특유의 
놀라울 정도로  상동적(相同的)인 행태  - 유식한  말로 하면 stereotyped 
behavior - 를 보인다.  (에구, 너무 아는 척했나?) 우리는 사람들의 이런 
되풀이되는 행동을  보고 저 사람은 술버릇이  고약하다느니, 술만 먹으면 
'개xx' - 그러니까, 강아지 - 가 된다느니 이야기하곤 한다. (내가 생각하
기에 가장 바람직한 stereotype은 그냥 조용히 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술을 엄청 마신 후 그때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Blackout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술을 심심치 않게 마시는데 비하
여 꽤 취하더라도 일어난 일들을 거의 기억하는 편인데, 딱 한 번 이런 일
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 것을 발견한 나는  무척이나 불안하였다. 뭔 사고나 치지 않았는
지... 나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이 사람 저사람 붙들고 이모 저모 꿰맞
추어보니 내가 기억 못하는  벼라별 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하 생략... 
나의 비리를  만천하에 공개할 순 없지...)  이런 황당스런 일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술  마실 때마다 이런 일이 
생겨 다음 날이면 '잃어버린 내 기억, 돌리도!'하면서 헤메이는 일이 일상
화된 경우도 있으니... 쯔쯔... 술을 마시는 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술
로 인한 위와  같은, 또는 비슷한 종류의  '장애'를 겪게 된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친구와 대판 싸운다던지, 다음 날 숙취로 직장에 지각한다던지, 
겨우 겨우 기어나왔다 하더라도 일을 제대로 못한다던지, 음주 운전하다가 
혼쭐이 난다던지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꼭 알콜중독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알콜중독의 한 증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단지 
일시적인 문제에 그치고 상습적으로 재발하지 않는다면 결국 큰 문제가 되
지는 않을 것들이고 진짜  알콜 중독과는 분명히 구별하여야 한다. 다행인
지 불행인지  우리들은 술과 그에 관련된  문제들에 관해 무척이나 관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술마시고  한 실수들을 그냥 덮어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그리고 술만 들어갔다하면 판에  박은 듯이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다면 그건 좀 달리 보아야만 할 것이다.
   술은 우리 몸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하나하나 열거해보면 좋은 영
향보다는 악영향이 훨씬 많은 것이 놀라운 일이다. (아니, 그다지 놀랄 일
도 아니다.) 술은  Wernicke-Korsakoff 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병의 이름
이 낮설면  그만큼 두려움도 커진다... 시간  관계상 역시 짐작하시는대로 
중추신경계의 장애를 초래하는 심각한 병이란 것만 말씀드리겠다.) 식도염
과 위염을 일으킨다. 심한 구토를 하다가 식도 점막이 찢어지면서 피를 토
하는 Mallory-Weiss 증후군이라는  병도 있다. (처음 들어보셨죠?) 비타민 
B를 비롯한 여러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급성 및 만성 췌장염의 원인
이 된다.  잘 아시다시피 지방간의 원인이고  나아가서는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화를 일으킬 수 있다. 담배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암의 발생과도 연관
이 있는데,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것으로는, 두경부(頭頸部)의 악성종양, 
식도암, 위분문부 암, 간암, 췌장암등등이 있다. 엽산 결핍으로 인한 빈혈
을 일으킬 수 있고 백혈구, 혈소판의 숫자를 감소 시킬 수도 있다. 혈압을 
올릴 수 있으며, 알코올성 심근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부정맥을 유발시키
는 경우도 있다. 뇌혈관  질환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 남성의 발기하는 능
력을 감퇴시키며, 여성에서는  무월경이나 불임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임산
부에서는 태아에게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근육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성 말초 신경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기타등등, 기
타등등...
   자... 술맛 떨어지는 소리는  이제 그만 하자. 몇가지 애주가들의 기분
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사실들을 몇가지 언급하자면, 첫째, 하루 한두잔 
정도로  소량의  음주를 계속한  사람에서는  혈중의  고비중지단백 (HDL, 
high-density lipoprotein)이 증가하는데,  이는 동맥경화와 그에 따른 심
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추어주는, 바람직한 변화이다. (근데, 아무리 찾
아보아도 이것 외에는 이로운  점이 없는 것 같다... 쩝...) 둘째,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겁나는 것들은 대부분이 매우  많은 양의 지속적인 음주 
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절제하는 음주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문
제를 초래하는 것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담배에 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금연 운동이  벌어지고, 혐연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아
져서 흡연자들이 발붙일 곳이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지만 술에 관해서는 그
렇게 엄청난 금주 캠페인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배에는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합시다.  담배는 폐암... 어쩌구 저쩌구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고, 쬐끄맣게 써  있어서서 그렇지, 거의 협박조의 문구가 써 
있는데 반해서 술에  '술은 간경화... 어쩌구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써  있는 것을 보신 분을  없을 것이다. 술이란 분명히 과용, 
오용했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중독성 약물임에도 불구하
고 우리는 거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약 먹고서 두드
러기라도 나면  까무라칠 듯이 놀라서는 약을  잘못 썼다며 처방해준 의사 
(대개는 죄없는...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
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펄펄 뛰는 사람들이 많
지만 스스로 처방하여  스스로 투여한 술이라는 약에 대해서는 자업자득이
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벼라별 엄청난 부작용이 생겨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
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로 보이는 것은 내 눈이 이상한 탓일까?
   술이란 양날을 가진 '약물'의 사용은 전적으로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있
다. '소주 한잔 씩  식후 30분에 복용하세요.'하고 술 마시는 법을 처방해
주는 의사란 없다. 술을 마심으로써 기대하는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이다. 사랑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시건, 우정을 위해 건배하건, 이태백
의 후예가 되어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짓고자 함이건 간에 자신에게 맞는 
용량과 용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술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낭만과 흥겨움과 
번뜩이는 영감  대신에 지독스럽고 때로는  끔찍스런 부작용들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자, 그럼 건강을 위하여 다같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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