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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ㅇㄴㅣㅏㅇ) <211.177.121.26>
날 짜 (Date): 2002년 8월  4일 일요일 오전 11시 42분 36초
제 목(Title): [펌] 라틴아메리카와 한국



 라틴 아메리카와 한국/ 김수행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자립적 민족경제의 건설’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주장이 국민의 상당한 공감을 얻었다. 다만 그 방법을 둘러싸고
군부·경제관료와 진보적인 지식인·학생이 대립했다. 군부와 경제관료는
외자도입과 수출증진을 통해 경제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권위주의적 정권은
개발 초기에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데 반해, 진보적인 지식인과 학생은 그러한
개발방식은 대외종속과 정권의 매판성을 확대·심화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라틴
아메리카를 전형적인 예로 들었다.

그 당시의 라틴 아메리카는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미국 자본이 지배하고 있었고,
라틴 아메리카의 정부는 미국 정부의 `뜻’에 맞추어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걸핏하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음모한 쿠데타가 일어났고, 미국 자본이
주요한 자연자원의 개발이나 제조업·금융업·서비스업에 투자해 거대한 이윤을
얻었으며, 부유층과 빈민층은 분리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라틴 아메리카는
정치와 경제 모두를 미국 정부와 미국 자본이 지배하는 `신식민지' 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속이론’이 형성되고, 후진국이 `자주와 자립’을 얻으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쿠바혁명을 격찬한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외국투자자에게 지배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라틴아메리카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에게도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1989년에는
미국의 특공대가 파나마에 침공해 파나마의 실권자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하고
그를 미국 법정에 세워 마약거래죄로 40년의 징역형을 내린 적이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 재무부장관이 중도좌파 후보가 브라질의 대통령이 되면 브라질에
경제적으로 원조할 수 없다는 뜻을 흘려 브라질의 환율과 주가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시카고출신 경제학자들이 설교한 개방과 자유화의 선두 주자인
라틴아메리카에서 외국투자자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현지정부의 정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은 적게 내고 규제는 거의 없고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착취하고 있다. 경제를 지배하는 외국자본이 세금을 적게 낸다면 현지정부는
국채를 외국인에게 발행해야만 자금을 조달해 국민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 국채가 바로 외국에 대한 채무, 곧 외채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계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 챙기기에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 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비싼 약을 처방하지 말도록 의사와 약사에게 약품종류별
최고가격을 통보하는 약가 `참조제도’가 미국계 제약회사의 판매를 대폭
감소시키기 때문에, 주한미국대사관, 미국무역부, 미국상무부, 다국적 제약회사
연합회 등등이 이 제도를 없애기 위해 거대한 로비활동을 폈다는 이야기다.
자기 나라에는 엄연히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는 채택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윤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비싼 다국적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며, 그 대가로 해외여행을 무료로 다닌다는 이야기다. 의정부에서 일어난
여중생 압살사건의 경과를 보면, 한국에 주둔한 미군이 충분히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며칠 전 정부는 김포 등에
`경제특구’를 조성해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곳에는 `세금도
없고 규제도 없으며 파업도 없고 투자의 위험도 없는 특수 지역’이 될 것으로
외국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이 사실상
경제특구인데, 그 대륙은 왜 아직까지도 정치적·경제적 종속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곰곰 생각해야 할 때다. 발전소를 민영화한다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남동발전소를 회계부정의 전문가인 미국계
에너지기업에게 매각하지는 않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제발
청문회에 불려갈 일은 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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