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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4월19일(수) 13시23분45초 KST
제 목(Title): 1984년 4월 어느날 학생회관에서...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다만 4.19 근처였다는 것밖에...


84년이면 서슬푸른 5공 정권의 절정기, 교정에는 전경들이 잔디밭에 상주하고 

수위들도 무전기를 들고 다니며 학생들을 감시하던 때였다.


4월이었으니 경찰의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왔고 

학생들의 눈빛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 시간이 좀 지나서 staire는 학생회관 토스트 파는 곳 근처에 앉아

끙끙대며 대위법 숙제를 하고 있었던 것같다.

화창한 날씨... 눈길이 오선지보다는 자꾸 밖으로, 자연대 앞 뜰을 향하고...


갑자기... 두 명의 학생이 학생회관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 뒤를 쫓아 들어오는 몇 명의 사복 경찰들.

(머리가 짧아 그들의 신분은 금방 드러난다.)

어리둥절한 사이에 가벼운 술렁임... 그리고...

어디에 걸려 넘어졌는지 경찰 한 사람이 비명소리와 함께 뒹굴었다.

이제 복잡한 이 시간의 학생회관에서의 추격은 거의 불가능하다.

누군가 발이라도 걸었을까? 

staire는 흐뭇한 웃음을 감추며 다시 오선지를 들여다보았다. 


일그러진 얼굴로 경찰들은 밖으로 나갔고 주위는 다시 평화를 찾았다.

아니, 그건 잠시만이었다. 

짧은 곤봉과 방패를 든 전경 한 무리가 staire가 앉아 있는 곳을 향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거다.

다급하게 노트를 챙겨 일어섰으나 피하기엔 늦었다.

입구 근처에 있던 애들은 무차별하게 두들겨 맞고 밖으로 끌려나갔다.

반대쪽 문으로도 경찰이 들어오고 있었고...

달아날 길은 도서관 쪽 문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모른다. 

녀석들이 좁은 학생회관 안에 가스탄을 터뜨려 눈을 뜰 수가 없었고

뛰다가 접질린 발목의 아픔이 그때서야 느껴졌다.


도서관 쪽 계단에서 내려다본 학생회관은 이제 전경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깨어진 유리창으로 흰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때 4.19를 내게 일깨워준 것은 책도 선배도 아닌 

그 매운 가스탄과 시큰거리는 발목, 숨차게 달려야 했던 기억들이었다.

...

조금 전에 순환도로에서 본, 화사하게 차려 입고 벚꽃을 즐기던 사람들도 

4월이 다만 화창한 햇살과 활짝 핀 꽃들만의 계절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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