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purunsan (강철 새잎) 날 짜 (Date): 1995년04월18일(화) 16시41분47초 KST 제 목(Title): 소백산 칼바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서.....:) 오랜만에 산 얘기를 해야겠다... 산에서의 바람, 특히 겨울 산에서의 바람이란 어느산을 막론하고 무서울 수 있지만.... 특히 소백산의 바람은 그 매서움으로 유명하다.... 소백산은 능선이 완만하고 산의 자태가 어딘지 부드러워서 여인의 유방에 비유되곤 하는데...왜 소의 유방이 아니고 여인의 유방인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 어쨌든..그러한 부드러운 이미지는 산 정상 가까이엔 나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한데..... 이 때문에 소백산 바람은 그 악명을 떨치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소백산 칼바람이라... 그것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한 번 직접 맞아보기 전에는.... 일단 그 바람을 한 번 맞으면, 바람막이를 할 나무가 없기에 서해를 관통한 시베리아 북풍이 소백산맥을 넘으면서 조그만 우리 몸을 가차 없이 난도질한다... 칼바람이 왜 칼바람인지, 얼마나 적확한 표현인지...경험보다 훌륭한 학습은 없다 그런데 산사람들 사이에서 칼바람으로 소문 나게 된 이 소백산 바람은 ... 슬픈 사연을 갖고 있다..... 그것은 능선이 부드러워 바람이 잘 통하기도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소백산의 울창한...그야말로 울창한 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유독 소백산이 그 대상이 된 것은 산이 가파르지 않아 산판도로를(목재운반용 도로) 내는 것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소백산 천문대 근처에 가면 그 도로를 볼 수 있다... 일상에 찌든 내게 문둑 그 칼바람이 주는 매서운 교훈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는 그 소백산을 올랐다....희방사 폭포에서 시작하여 천문대..비로봉.... 국망봉으로 내려오는 그 능선에서 줄곧 맞게 되는 그 칼바람.... 그러면 "적당"에 젖어가는 나 자신에게 그 "칼질"만큼 좋은 채찍은 없었다... '적당'이란 말을 '적당'히 보아 넘기다가 나라가 일본의 손에 넘어가고.. '적당'히 살다가 나라가 적당히 둘로 갈라지고...적당히 제국의 군대가 들어오고...계속 적당히 살고 있는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곱씹으면....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들게 되고 그 바람이 매섭기 보담은 차라리 고맙단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 바람을 올해는 못 맞고 지나쳤다.... 일상에 빠지려는 나를 채찍질 하는 것이 어찌 그 바람 뿐일까만은.... 어딘가 허전하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그것은..... 일년 내내 어찌보면 사람을 맥빠지게 만드는 이곳의 날씨를 겪으며..... 간사한 인간의 마음인지라 우선 살기는 편하지만 눈동자를 또렷하게 만들어 주던 그 "칼바람"이 그립기 때문이란 생각이...... 오늘 낮에 졸면서 들었다.... 아직도 소백산에 가면 눈이 있을 것이다...보통...모내기 할 때까지 눈이 있으니까... 그 눈과 그 칼바람..... 잘 있어라...내사랑.... 너를 잊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