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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soliton (김_찬주)
날 짜 (Date): 2001년 8월  6일 월요일 오전 11시 29분 59초
제 목(Title): 도를 닦으면 육체의 눈이 어두워진다


도를 닦다보면 마음의 눈은 밝아질 지 몰라도 육체의 눈은 어두워지는 경우가
있나 보다.

저번 토요일 학교에서 저녁을 파는 곳이 자하연 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친다. 뒤를 돌아다보니 웬 모르는
놈이 서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하고 열심히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데 그 친구가
나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묻는다.

  "학부생이세요?"

뭐, 학부생? 이런 놈이 있나.. "아닌데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그럼.. 대학원생?"

이런.. 안경을 서너 개는 써야 하겠군.. "학생 아녜요"라고만 하고는 곧바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그 친구는 "이봐요,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요." 하고 쫓아왔다. "뭔데요?"하고 물어보니 드디어 얘기를
꺼내려고 한다. "저는 수도를 하는 사라.." 이 순간이 중요하다. "수도"라는
말이 나오는 것과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손을 가볍게 들어올려 손바닥이
그 친구를 향하도륵 하여 말을 제지함과 동시에 찰나동안 단호한 눈초리로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90도 틀면서 그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앞으로 갈 길을 걸어갔다. 이로써 가볍게 그 수도자를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나보고 학부생이라니? 수도를 너무 열심히 하면 눈이 어두워
질 수도 있는 모양이로군..

자하연에 들어가서 밥을 받아 교직원석에 앉았다. 윽, 그런데 다른 때는 아무리
교직원석에 앉아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줌마가 오늘따라 처음으로 물을 따라주는
것이 아닌가. 방금 학부생 취급을 받은 나한테.. 혹시.. 그 아줌마도 최근에
수도를 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그래도 따라주는 물이 수돗물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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