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4월12일(수) 04시22분30초 KST 제 목(Title): 혼자 밥 먹기... 일기 보드에 들렀다가 zuma님의 eat alone이란 글을 읽고 거기에 [R]를 다는 건 왠지 일기 보드에 맞지 않는 것같아서... zuma님의 담담한 글에 잠시 코끝이 시큰했다. 내 가난하던 학부 시절이 떠올랐던 거다. (물질적으로 가난했다는 건 아니다. 물론 풍족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 손으로 생활비, 학비를 벌어 보겠다고 아르바이트를 무리하게 많이 한 결과 늘 집에는 새벽에야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니 리포트며 시험공부 등등 학생의 기본적인 의무를 도저히 집에서는 처리할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빈 강의실이나 공깡에 혼자 앉아 리포트를 쓰고 책을 읽어야 했다. 물론 밥은 혼자서... 같이 먹는 건 오래 걸리고 딴 유혹(?)이 자꾸 들어오니까... 이따금 지나가는 애들이 '저 인간, 평소에 안 하는 공부를 꼭 이런 데서 티 내며 하는군...' 하는 시선을 줄 때에도 개의할 여유가 없었다. '평소'에 안 하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3학년 때 수학 여행을 가게 되었지만 staire는 수학 여행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가려면 못 갈 리야 없건마는 수학 여행 다다음주에 있을 중간고사를 생각하면 여행 기간에 빼먹은 아르바이트를 그 다음 주에 보충한다는 건 (한두 개도 아니고) 자살 행위라고 생각한 거다. 모두 떠난 후... 공대 전산실에 볼 일이 있어 강의도 없는 학교를 찾았다. 늘 그랬듯이 혼자 공깡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고 (모처럼 여유 있게) 그러다 문득 햇살이 너무나 찬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녀석들... 지금쯤이면 산에서, 혹은 바다에서 젊음을 맘껏 발산하고 있겠지. 저 햇살 아래에서... 새삼스럽게도 공깡에 혼자 앉아 짜장면 그릇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 순간엔 왜 그리 가난하게 느껴졌는지... ... 냅킨으로 눈가를 닦으며 그만 일어서고 말았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