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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2001년 6월 14일 목요일 오전 12시 16분 50초
제 목(Title): 코스모폴리스와 영어와의 관계 



아리가 정확하게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모폴리스와 영어는 별로 상관ㅇ이
없습니다. 

아일랜드는 영어국가입니다. 원래 아일랜드 말이 따로있었는데 수백년간 영국
의 식민지로 지내다 보니 영어가 오히려 더 많이 쓰이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인의 영어는 흠하나 잡을데 없이 완전한 native 입니다. 

반면에 프랑스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죽어도 프랑스어 입니다. 유럽에서 제일
영어 못하는 나라 꼽으면 아마 프랑스가 5위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프랑스가
정책적으로 얼마나 영어를 구박하고 탄압하는지는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인은 영어국가는 아니지만 영어 잘하는 편입니다. 전국민이 다 골고루
잘하지는 못하지만 왠만큼 교육받은 계층 1/3정도는 의사소통에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합니다.

더블린, 파리, 프랑크푸르트 중에서 어디가 코스모폴리스라고 생각하십니까?
더블린은 거의 켈트족 일색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독일은 외국인이 좀 있는
편이지만 독일인의 편협성과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잘아는 외국인들은 아무도
독일의 도시들이 코스모폴리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영어 표지판 하나 찾아보기 힘든 파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코스모폴리스라고 할만합니다. 깜씨부터 짱꼴라에 이르기
까지 뉴욕만큼은 안될지 몰라도 파리의 인종적 다양성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식도락의 도시 파리에는 중국음식점 베트남 음식점
수두룩하게 깔려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영어라곤 한국인보다 눈꼽만큼 더 잘하는 파리가 코스모폴리스로
손꼽히는 것은 어찌된 것인가요? 영어 잘하는 더블린이나 프랑크푸르트는 왜
아직 그모양입니까?

국제적인 도시가 이루어지려면 제일 중요한 요인은 외국인이 와서 살고 
싶어해야 합니다. 아리가 말한대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적인 요인입니다.
그 나라에 돈이 있으면 외국인들이 몰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30년전에 비해서 확실히 더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많고 왠만한 연구중심대학에 중국인 포닥이나 아랍 유학생 없는데가 드뭅니다.
한국이 30년전보다 영어를 잘하게 되어서 그렇다고 새각하십니까?
천만에요. (속으론 골병이 들었어도) 겉으로나마 한국이 돈을 좀 벌었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말해서 돈 있으면 외국인들이 옵니다. 
더블린이 아무리 영어 잘하면 뭐합니까. 아일랜드는 유럽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였는데 뭐 줏어먹을게 있다고 아일랜드에 가서 살겠습니까.
(요즘은 아일랜드 경제가 포발적으로 성장해서 더이상 가난한 나라는 
아닙니다만.) 

물론 돈만 있다고 코스모폴리스가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독일은 돈도 있고
영어도 곧잘하고 외국인도 꽤 살지만 아무도 코스모폴리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독일이 외국인에게 배타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터키인 문제는 왜 독일이
국제적으로 바뀌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코스모폴리스가 못되는 이유는 이 두가지 때문입니다. 첫째는 아직
한국의 경제력이 외국인이 와서 살고 싶어할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고 
(물론 최근에 많이 성장해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계속 유입되고 있으니
차차 나아지리라 기대할만 합니다) 둘째로는 한국사회가 굉장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기 때문입니다. 전세계에 화교가 발을 못붙인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라는 사실은 뭐 너무 유명해서 새삼 언급하기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_-;;

경제력이 있고 사회가 외국인에 대해서 개방적이라면 언어와는 무관하게
국제적인 사회로 발전하는데는 충분합니다. 파리가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만큼만 돈있고 개방적인 사회라면 현지언어(프랑스면 불어,
한국이라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제도시가 얼마든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인종의 전시장이라 불릴만큼 국제적인 사회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이고 둘째로 외국인에게 개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점만큼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훌륭한 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분이 히스패닉 이야기를 하셨는데, 남미 이민인 히스패닉
들에게는 언어적으로 가장 이민가기 쉬운 나라가 영어를 쓰는 미국이 아니라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국가
들은 모두 과거에 스페인 식민지였고 지금도 스페인말을 씁니다. 
그런데 왜 멕시칸들이 스페인은 버려두고 기를쓰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건가요?
영어때문에 뉴욕이나 LA가 코스모폴리스가 됐다면 전후가 안맞지 않습니까.

그건 스페인이 유럽에서도 가난한 나라에 속하고 외국이민을 전혀 반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멕시코가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대서양을
건너가야 하는 스페인보다 가깝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구성하는 한 축인 히스패닉들에게
영어는 전혀 매력이 아닙니다.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라면 모를까.

코스모폴리스가 되려면 한국이 좀더 돈을 많이 벌고 한국사회를 좀더
개방적으로 변화시키면 됩니다. 여기서 개방적이라는 데에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적어도 네팔인이나 아랍유학생
들이나 중국인들 중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스템이 부족하고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할 생각만 하지
말고 그사람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시간과 저렴한 교육을 제공한다면 
한국과 서울은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국제적인 사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폐쇄적인 구조 또한 개선해야 합니다.

차라리 영어를 잘하면 관광객도 많이 오고 비지니스하기도 쉬워지니까 
돈버는데 유리할테니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고 주장하시면 그건 일리가
있습니다. 한국인이 영어해 봤자, 가난하고 폐쇄적이면 여기서 살려고
오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한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영어 하나 완벽하게 구사하는 아일랜드에서는
잊혀진 자기네 켈트말을 보존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입시때 일정정도 이상의
켈트어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입학을 불허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영어패권 시대에 이미 영어 충분히 잘하는 아일랜드가
왜 기를쓰고 자기네 옛말 (지금은 많이 쓰이지도 않는)을 살리려고 애쓰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어는 민족의 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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